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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멍든 빵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5. 20. 23:25

 

멍든 빵 / 나호열

 

 

푸르게 굳은 빵, 멍든 추억을 씹는다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어

이빨 자국 선연하게 물어뜯고 싶은 추억

이미 굳어버린

벌써 딱딱해져버린

사랑은 맛이 없다

밀밭 길을 밤새 미쳐 뛰어다닌

파랗게 물든 바람과

당분이 빠져 쭈글해진 세월

흔들리는 이빨 사이로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오래 전 출입금지 된 길이

부스러기로

금언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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