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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낡은 집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5. 21. 22:20

낡은 집 / 나호열

 

 

 

  낡을대로 낡아서 한순간 몰락의 기침소리 기다리는 무허가의 집

  나도 그렇게 지상의 한 칸

   한 때 등짝을 덥혀주던 온돌 틈새 사이로

   윤기 없는 사랑의 식언처럼 솟아오르는 잡풀들

   아름다운 은폐를 보여주던 늘 바깥에서 열리는 문짝들

   젊은 날의 죄수는 간 곳이 없다

   완전하게 무너지기 직전의 무릎 꺾은,

   늦은 봄날 철쭉의 각혈 펄럭이고

   저기, 황혼 속으로 낡은 집 한 채 걸어간다

   길이 없는 시간 속으로

   비로소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바람의 거미줄에서 튕겨 나온다

   누군가 산조가락을 배우려 허공을 짚어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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