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 나호열
낡을대로 낡아서 한순간 몰락의 기침소리 기다리는 무허가의 집
나도 그렇게 지상의 한 칸
한 때 등짝을 덥혀주던 온돌 틈새 사이로
윤기 없는 사랑의 식언처럼 솟아오르는 잡풀들
아름다운 은폐를 보여주던 늘 바깥에서 열리는 문짝들
젊은 날의 죄수는 간 곳이 없다
완전하게 무너지기 직전의 무릎 꺾은,
늦은 봄날 철쭉의 각혈 펄럭이고
저기, 황혼 속으로 낡은 집 한 채 걸어간다
길이 없는 시간 속으로
비로소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바람의 거미줄에서 튕겨 나온다
누군가 산조가락을 배우려 허공을 짚어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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