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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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파문 波紋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2. 7. 09:59

 

파문 波紋

 

 

쭈굴거리는 나를 보고 방긋거리는 어린 아기의 웃음이

가슴에 물컹 닿는다

말을 배우기 전에

말의 씨앗이 꽃이라는 것을

부드럽게 구름과 구름이 만나듯이

잔 물결이 일어난다

 

뿌리 채 고스란히 뽑혀 어디론가

높은 고개를 넘어가던

소나무의 정적이 저만큼 푸를까

 

이 세상의 모든 말들은

꽃에서 태어나서 가슴에서 죽는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가르치지만

그래서 침묵을 배우는 일은 더디고 힘든 일

 

호수에 내려앉은 산봉우리

구름 몇 점을 건지려 손 내밀 때

잔 물결들은 그 때마다

검은 음반의 여러 겹 패인 골을 이루며

거미줄처럼 은밀하게 몸 위로 내려앉는다

 

어린 아기의 첫 웃음이

주름살 덮혀가는 몸 속에서

침묵의 혀로 번역될 때 까지

아직 바람은 노래가 되지 못한다

길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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