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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아카시아와의 대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2. 12. 23:22

아카시아와의 대화 / 나호열

 

  가시에 찔리지 않으면 향긋한 꽃, 달콤한 꿀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한 번 뿌리 내리면 땅심 다 빨아들여 누구에게도 길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무성한 소문처럼 하얀 꽃 너울대면 저 산에 들에 가득하였습니다.

   그가 미워서 무성해진 마음이 싫어서 베고 또 베고 그루터기로 남은 그의 발자국만 가득하였습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척박한 땅만 골라 온몸을 뿌리내려 옥토로 바꾸는 역사가 제 할 일 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박토일수록 더 많은 아카시아들이 제 몸을 던져야 하며, 옥토가 완성되면 아카시아들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 아름다운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라지면서 당신으로 완성되는 사랑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할 우리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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