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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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말에 대하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1. 18. 23:57

말에 대하여 / 나호열

 

 

심지에 불을 붙인 폭약처럼

말이 달려간다

초원이란 초원을 다 달려서

철창 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져간다

도망치기 위해서나

도망치는 가녀린 목숨을 물어뜯기 위해서

날랜 걸음이라면

말은 왜 스스로 결박을 지우고

머리에 피 흘리며

수인囚人이 되었는가

못 견디게 그리운 것이 바람이라고

바람의 소멸 앞에 가까스로 멈추어 선 말

그 말의 집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

회귀를 완강히 거부하는 말의 유적지

초원은 지금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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