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대하여 / 나호열
심지에 불을 붙인 폭약처럼
말이 달려간다
초원이란 초원을 다 달려서
철창 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져간다
도망치기 위해서나
도망치는 가녀린 목숨을 물어뜯기 위해서
날랜 걸음이라면
말은 왜 스스로 결박을 지우고
머리에 피 흘리며
수인囚人이 되었는가
못 견디게 그리운 것이 바람이라고
바람의 소멸 앞에 가까스로 멈추어 선 말
그 말의 집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
회귀를 완강히 거부하는 말의 유적지
초원은 지금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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