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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가고 싶다(신문 스크랩)

미산계곡 2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9. 2. 12:45

非鳥不通’ 가보셨나요 ?
내린천 상류 미산계곡
▲  내린천의 급한 여울이 흘러가는 미산계곡은 폭이 넓어 맨몸으로는 건널 수 없고, 물굽이도 거칠어서 배도 띄울 수 없다. 미산계곡 물 건너쪽 ‘대궐터’에서 농사를 짓는 신장호씨가 계곡에 쇠줄을 잇고 엘리베이터 모양의 탈 것을 매달아 만든 ‘신종 운송수단’은 이곳의 명물이다.
‘비조불통(非鳥不通)’.

이름 그대로 ‘새가 아니면 가 닿을 수 없다’는 비밀스러운 곳.

맨몸으로는 도무지 건너갈 엄두가 나지 않는 내린천 상류의 급한 여울 건너편의 개인산(開仁山·1341m) 산자락에 깊이 숨어있는 계곡의 이름이 그랬습니다.

사실 내린천 상류인 미산계곡에는 말 그대로

‘새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곳’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유순한 물길의 강이라면 배 한척만 매어두면 그만이겠지만,

거센 여울이 감아도는 내린천 상류에는 배도 띄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몇 가구를 위해 다리를 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다리를 놓는다 해도 어지간히 튼튼하지 않으면 큰 물에 다 떠내려가고 맙니다.

그래서 미산계곡 부근의 물 건너 주민들은 아직도 공중에 철제 로프를 매놓고,

도르래에 매달려 물길을 넘습니다.

솜씨 좋은 이들은 철제 로프에 케이블카처럼 탈 것을 뚝딱뚝딱 매달아 놓고는

모터를 돌려서 여유작작 물을 건너기도 하더군요.

내린천 상류 소개인동의 ‘비조불통’이란 계곡 이름도

아마 이래서 지어진 이름이지 싶습니다.

그 계곡으로 드는 입구에는 ‘미산동천(美山洞天)’이란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미산(美山)이란 내린천 상류계곡을 이르는 지명이고,

동천(洞天)이란 본래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좋은 곳’을 이르는 것이니,

이 이름만으로도 그곳이 얼마나 절경인지 가히 짐작이 가시겠지요.

‘비조불통’과 ‘미산동천’. 누가 붙인 이름인지 참으로 절묘합니다.

내린천 물 이쪽은 유순한 능선이지만, 물 건너편은 가파른 산자락입니다.

폭이 넓고 물살이 거센 여울지대라 도무지 건너갈 엄두가 나지 않는 곳입니다.

그 물 건너편의 비조불통 계곡은 이름 그대로 ‘새가 돼서야 날아서 도달할 수 있는’

그런 계곡인 것이지요.

미산동천이란 멋진 이름은,

우뚝 솟은 바위벼랑을 U자로 급히 휘돌아가는 내린천의 풍광만으로도 족히 그 값을 합니다.

미산동천에는 아름다운 집 ‘개인산방(開仁山房)’이 들어서 있습니다.

제법 너른 잔디 마당과 운치있는 정자를 두 개나 거느린 그 집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취가 넘쳤습니다.

집 마당에는 쪽동백 순백의 꽃들이 뚝뚝 떨어져 있었고,

산사나무도 한창 꽃을 피워올리고 있었습니다.

마당 끝에 세워놓은 정자와 노천에 놓아둔 나무 책상에 앉으면

내린천의 굽이치는 물줄기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이야 번듯한 다리가 놓여져서 편하게 건널 수 있지만,

6년전만 해도 이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 번에 한 사람씩

쇠줄에 연결한 도르래를 타고 들어와야 했답니다.

마치 수해현장에서 대피하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미산동천과 비조불통 계곡은 세상살이에서 먼 땅이었습니다.

비조불통 계곡은 숲으로 뒤덮여 어두컴컴했습니다.

개인산방의 뒷마당에서 이어진 외길 밖에 없어 사람의 손길이 닿을 리 없었던 탓에 깊은 산중을 흘러내려, 내린천에 보태는 계곡물은 맑고 또 찼습니다.

그 계곡의 어두컴컴한 숲 속에서 거울처럼 맑은 물에 손을 담갔습니다.

대낮에 소쩍새 한 마리가 깊은 산중에서 소쩍∼ 소쩍∼ 울어댔습니다.

미산동천, 개인산방, 비조불통 계곡계곡은 떠들썩한 유원지를 가듯이 찾아가는 곳은 아닙니다.

개인산방의 손님 방에는 ‘마음이 일어나면 언제고 자유롭게 오고 가시라’고 적어놓았지만,

그대신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집주인이 적어놓았듯 이곳은 ‘묵언과 자연의 소리를 사랑하는 이,

혹은 내면의 참 나를 찾아 길 떠난 나그네들의 쉼터’입니다.

그런 이들이라면 머무는 동안 고요한 성찰과 깊은 선정에 들 수 있겠지요.

이곳은 숙박을 목적으로 한 집도 아니고, 정가의 숙박비가 따로 매겨져있는 곳도 아닙니다.

지면을 통해 소개할 것인지를 두고 한참을 망설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혹여 막무가내로 몰려든 행락객들로,

이 아름다운 곳이 어지러워질까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소개하기로 마음을 정한 까닭은,

그곳에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누구든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순해질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미산계곡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출발하자면,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을 거쳐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을 지난다.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해서 451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31번 국도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상남방향으로 직진해 31번 국도를 타고 가면 상남면소재지가 나온다. 여기서 446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해 내린천을 따라 들어간다.

이 길을 따라 미산계곡의 절경이 펼쳐진다. 미산1리를 지나 내린천 상류로 15분쯤 더 올라가면 길 왼쪽으로 ‘미산동천’이라고 새겨진 돌비석이 서있다. 글씨가 닳아 주의깊게 봐야 한다. 이 비석이 세워진 사이의 비포장 샛길로 내려가면 ‘개인산방’이 있다. 비조불통 계곡은 개인산방의 뒷마당을 통과해서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인제·홍천=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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