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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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5. 27. 11:02

/ 나호열

 

 


절은 사라지고
홀로 남은 강가의 탑처럼
조금씩 허물어지는 육신의 틈이라고 
나는 배웠다

직립을 꿈꾸면서도
햇살에 휘이고 
바람에 길들여지는 나무들의 
허공을 부여잡은 한 순간
정지의 날숨이 
춤의 꿈이라고 나는 배웠다

그러나 또한 
동천 언 하늘에 길을 내는
새들의 날갯짓과
제 할 일을 마치고 땅으로 귀환하는
낙엽들의 가벼운 몸놀림이 
아름다운 춤이라고 나는 배웠다

천 만 근의 고요 속에서 
스스로 칼 금을 긋고 내미는
새 순과 꽃들의 아픔을 보았는가
바위에 온몸을 부딪고 
천 만 개의 꽃잎으로 산화하는 
파도의 가슴을 보았는가
벅차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용암처럼
끝내 바위가 되기 위하여 
기꺼이 온 몸을 내던지는

멈춤
그 찰라의 틈을 보여주기 위하여
바람을 불러 모으는
혼신의 집중
보이면서 사라지는 
사라지기 위하여 허공에 돋을새김을 하는
묵언의 釘 소리
들판에 내려앉는
노을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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