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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가고 싶다(신문 스크랩)

장흥 천관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0. 9. 01:40

남해로 뻗은 억새 능선 바다에 닿을 듯 기운차네

  • 입력 : 2010.10.07 08:38

10월이 부르는 산_전남 장흥 천관산

전남 장흥 천관산(天冠山·723.1m) 오르는 길은 꿈결 같았다. 우거진 삼나무 숲은 호젓함에 시심을 끌어내고, 장천교 건너 소나무숲은 갑옷 입은 병사들의 군무를 보는 듯해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몽환적 기분에 젖어 고풍스러운 장천재(長川齋)를 지나고 산허리를 빙 돌아 구정봉 능선길로 접어들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장딴지가 뻐근해졌다.

숨을 돌리려 널찍한 바위에 올라앉았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산 밖으로 또 산과 남해가 펼쳐졌다. 제암산에서 삼비산을 거쳐 존제산으로 뻗은 호남정맥은 바다에 닿을 듯하면서도 기운차게 뻗어나갔다. 고흥 소록도와 거금도는 돛단배처럼 느껴지고, 완도 청산도와 보길도는 커다란 고래가 떠오른 듯했다.

산릉이 은빛 물결로 일렁이자 바다가 놀랐는지 숨죽이고 있다. 연대봉 능선. / 영상미디어 정정현 기자 rockart@chosun.com
머물고픈 마음에 더 올라야 뭐하나 싶어졌다. 그래도 은빛으로 반짝이는 연대봉~환희대 능선이 눈길을 끌어당기고, 천자의 면류관 같다는 천관산 기암을 봐야겠다는 마음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조망의 즐거움은 오를수록 더해갔다. 금강굴 지나 구정봉 기암 능선에 접어들며 바위 숲에 갇히는 듯하더니, 환희대에 올라서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해를 향해 미끈하게 뻗은 억새 능선에는 은빛 물결이 일렁였다.

억새는 바람에 사각거리며 울음소리를 내고 억새 숲 속의 풀벌레들은 억새 소리에 덩달아 울어댔다. 슬픔의 울음소리가 아닌, 절정의 가을을 맞아 기쁨에 넘쳐 나오는 환희의 소리였다. 그 가을 소리에 젖어 산릉을 걷노라니 솜털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억새 풍광에 취한 몸과 마음으로 정상에 올라 고개를 들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 마리 나비가 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장흥 앞바다로 몸이 빠져들고 있었다.

산행 길잡이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능가산과 더불어 호남 5대 명산이다. 기암이 많으면서도 산세가 부드러워 멀찌감치 혹은 바위를 끼고 돌며 마음껏 탐승할 수 있는 산이다. 여기에 월출산, 두륜산, 제암산 같은 명산들이 배경이 돼주고, 수많은 섬이 돛단배 떠다니는 듯한 다도해 풍광이 눈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어 그 멋은 배가된다. 그 천관산이 억새로 반짝이며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천관산은 천문학과 지리학에 조예가 깊었던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1727-1798)가 후학을 양성하며 지냈다는 장천재와 방천리 고인돌 군락지와 더불어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산 남쪽에는 천관문학관과 우리나라 문인들의 글을 새긴 바위들을 모아놓은 문학공원이 조성돼 있다.

산행은 장천재를 기점 삼고 선인봉~종봉~구정봉~환희대~억새 능선~연대봉~봉황봉 능선을 거쳐 다시 장천재로 내려서는 코스(3시간30분)가 가장 잘 알려졌다. 억새는 역광으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는 점을 감안해 능선에 올라서는 시각이 오전 10시 이전이라면 환희대에서 연대봉으로 방향을 잡고 오후 3시 넘어서는 반대쪽으로 산행하는 것이 좋다.

장천재 기점 산행은 해발 100m 안팎에서 시작한다. 차를 타고 320m 높이에 올라서는 탑산사 기점이 아무래도 수월하다. 주차장에서는 구룡봉 능선, 닭봉 능선, 불영봉 능선 중 두 가닥을 엮어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 억새 능선을 가장 빨리 오르는 코스는 닭봉 능선(50분)이다. 대개 불영봉 능선과 구정봉 능선을 엮는다.

자연휴양림 이용객들에게는 역시 휴양림 원점회귀 코스가 제격이다. 관리사무소에서 진죽봉을 거쳐 환희대에 올라선 다음 억새 능선을 거쳐 연대봉을 왕복하고, 구정봉을 거쳐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데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정상 능선에 샘이 있지만 가을철에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또 비바람을 피할 만한 곳이 거의 없으므로 방풍보온 의류를 꼭 준비해야 한다.

대중교통

광주에서는 관산이나 대덕행 직통버스를 이용하고, 타 지역에서는 장흥에서 갈아타야 한다. 관산읍~장천재 2㎞, 대덕읍~탑산사 4㎞ 거리다. 관산택시 (061)867-2626, 대덕택시 (061)867-0585.

●서울→장흥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에서 08:00(일), 09:20(우), 15:40(우), 16:50 출발. 5시간, 일반 2만700원 우등 2만5300원. 금호고속 (02)530-6211. www.hticket.co.kr

숙박

천관산 자연휴양림은 구정봉과 지장봉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뛰어나고 아늑한 휴양림이다. 숲속의 집 4인실(5동) 주중·비수기 3만2000원/주말·성수기 5만5000원, 5인실(3동) 4만원/7만원, 8인실(1동) 6만원/9만8000원. 예약은 국립휴양림관리소 홈페이지(www.huyang.go.kr). (061)867-6974.

장흡읍내 가까이 있는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40년생 편백나무 숲에 조성된 친환경적 숙박시설이다. 숲치유·목재문화·생태주택·목공건축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쌍둥이실(6인실) 6만원, 한옥편백실·흙집쌍둥이실·통나무이층실(12인실) 12만원, 한옥전통실(15인실) 20만원. 예약은 홈페이지(www.jhwoodland.co.kr) 관리사무소 (061)864-0063

맛집

장흥은 남도 먹거리의 본산이다. 읍내 탐진강변에 조성된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값에 한우를 먹을 수 있다. '끄니걱정'(061-862-5678)은 주민들이 추천하는 토속식당. 산채비빔밥, 청국장, 매생이탕이 모두 5000원, 한방수육이 2만5000원. 산 가까이 관산읍내나 대덕읍, 회진읍, 또는 장흥읍에 가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를 맛볼 수 있다. 자연산이라 차지고 고소하다는 게 주민들 말이다. 회·무침·구이·튀김으로 나오는 전어정식이 인기 있다. 1만2000원 안팎. 장흥읍내 등대섬횟집 (061)863-9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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