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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0. 9. 01:35

울릉도의 길_폭풍 치는 바다 닮은울릉의 아찔한 풍경

  •  입력 : 조선일보 2010.10.07 07:41 / 수정 : 2010.10.07 09:34

바다와 숲이 하나 된 절벽 차는 두고 두 발로 걸어라

울릉도 일주도로 개통을 위한 공사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착공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미개통 구간은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에서 북면 천부리 섬목까지 4.3㎞ 길이다. 이 구간을 잇기 위한 사업이 최근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재조사에서 통과됐다. 분명 기쁜 소식이나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내수전에서 섬목을 잇는 옛길은 그 불편으로 외려 잘 보존돼 트레킹 코스로 명성 높던 길이다. 그래서 다녀왔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그 길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화성암과 황토의 만남은 흔치 않다. 기울어질 듯 돌출된 현무암은 울릉의 성벽이다. 태하 황토구미. /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울릉의 성벽

울릉을 만나긴 쉽지 않다.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서 2시간 30분 걸리는 뱃길도 그렇거니와 배에서 마주치는 울릉의 첫인상 때문이다. 울릉은 부드러운 속살을 딱딱한 껍질로 감싼 갑각류를 닮았다. 해안을 바싹 압박하며 치솟은 현무암 절벽은 울릉의 자연이 구축한 성벽이다. 그 성벽은 섬의 조망을 가리고 사람의 침입을 막는다.

실제 본격적인 울릉도 개척은 1883년에야 시작됐다. 당시 정찰의 기록, '울릉도 검찰(檢察) 일기'에서 검찰사 이규원은 이렇게 썼다. "섬에는 수많은 봉우리가 구름을 뚫고 솟아 있으며 벽처럼 깎아지른 듯하고 첩첩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비록 해안이라 해도 끝내 배를 둘 만한 항구가 없다."

울릉의 방어는 견고하다.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를 절감한다. 시속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 이 도로는 '내륙인'에게 낯선 풍경을 선보인다. 먼저 몇몇 터널은 왕복 1차로다. 완강한 돌을 뚫고 2차로까지 낼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해안절벽 따라 아슬아슬하게 이은 길은 늘 울퉁불퉁하다. 머리 위로 기울어지듯 솟은 주상절리는 위협적이다.

왼쪽)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본 저동항 풍경. 오른쪽)명멸하는 물 비늘로 반짝이는 울릉의바다. / 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일주도로의 역사는 견고한 울릉의 성벽을 뚫기 위한 투쟁사다. 1963년 착수돼 2001년 내수전∼섬목 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이 개통됐다. 길이 39.8㎞를 39년에 걸쳐 뚫었으니, 인간의 길은 1년에 1㎞씩 전진했다. 돌과 태풍, 폭설이 그 전진을 자꾸만 막았다. 개통 뒤에도 시련은 이어졌다. 2003년부터 3년간 태풍 매미와 송다, 나비는 인간이 간신히 이룩한 일주도로를 자꾸만 끊었다. 길이 끊길 때마다 울릉 주민은 행정선으로 부족한 식량을 보급받았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일주도로는 늘 공사 중이다.

그러하니 울릉의 일주도로를 달리는 일은 그 험난한 역사를 되짚는 일이다. 울릉의 자연에 주민이 투쟁해온 격전의 흔적을 읽는 일이다. 울릉에 도착하자마자 일주도로를 타는 이유다.

얼굴 바위 위에 섰다. 울릉의 가을 바다는 맑아 돌의 색깔이 그대로 비쳤다./ 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울릉의 찻길

일주도로를 타는 이유는 또 있다. 먼저 바다. 울릉은 높은 절벽으로 자기 안쪽의 조망을 막는 대신 선명한 바다의 풍경을 선사한다. 울릉을 감싼 가을 바다는 빛의 바다다. 낮엔 명멸하는 물 비늘로 반짝이고 밤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으로 찬란하다. 풍경은 거침없다. 통구미몽돌해변가나 사태감을 달릴 때, 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 없이 시야의 양끝을 수평선이 잇는다. 도동에서 출발해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아 현포에 다다를 즈음부턴 그 풍경에 새로운 요소가 끼어든다. 해식 작용으로 울릉에서 떨어진 작은 바위섬들이다. 바위섬은 때로 코끼리 모양으로, 때로 송곳 모양으로 그 자리에 우뚝하다. 우뚝한 바위섬은 단조롭기 쉬운 수평선의 풍경을 역동적으로 바꾼다.

그리고 전망대. 일주도로를 타면 오각형 모양의 울릉 모서리마다 전망대를 만난다. 도동의 독도전망대를 필두로 해안 절벽에 도열한 남서일몰전망대·만물상전망대·태하전망대·석포전망대·내수전일출전망대는 인간의 영토 확장을 기념하는 승전탑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건 부분의 승리다.

해안 절벽 안쪽으로도 울릉은 출렁이는 산맥을 품어 온전한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 출렁임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해일을 닮아 가파르다. 남쪽 전망대에서는 성인봉이, 서쪽은 미륵봉이, 북쪽은 알봉이, 동쪽에서는 말잔등과 나리령이 육지의 안쪽을 향한 인간의 시선을 막는다. 울릉군지는 "성인봉에서 산맥이 세 방향으로 뻗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때로 이 봉우리들은 그 산맥의 흐름과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제주의 한라산이 정상을 향해 서서히 경사를 올린다면, 이 봉우리들은 경사의 흐름을 무시하고 난데없이 치솟는다. 국내에서 울릉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비경이다.

깎아지를 듯한 해안 따라 걷는 도동항 좌안산책로. / 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울릉의 옛길

울릉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려면 이제 일주도로를 버려야 한다. 일주도로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자동차로 덤비기에 울릉은 난공불락이다.

난공불락의 울릉을 뚫는 첫 길은 태하전망대 가는 길이다. 먼저 황토 위로 현무암이 솟은 황토구미를 만난다. 그 모습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2008년 설치된 태하향목관광 모노레일에 오르면 사정은 달라진다. 통유리로 사방이 트인 모노레일에선, 태하항이 멀어지며 생긴 빈자리를 바다가 채운다. 그 시원한 전망을 벗 삼아 최대 각도 39도의 가파른 경사를 6분간 오른다. 전망대까지 가려면 산정에서 다시 10분쯤 걸어야 한다.

이 10분의 산길은 낯설다. 일주도로에서 조망했던 바다와 돌의 풍경화는 여기서 잠시 잊힌다. 대신 숲의 풍경이 펼쳐진다. 후박나무·동백나무·섬고로쇠 등 높게 머리 위를 드리운 나무로 길은 아늑하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울창한 구릉이란 뜻의 울릉(鬱陵)이 절실하다.

길의 끝에서 바다와 돌과 숲이 하나로 합쳐진다. 그 풍경의 종합은 까마득한 절벽이 부채꼴로 휜 대풍감(待風坎)이다. 과거 이 절벽 안쪽에 돛단배를 메어놓고 본토 쪽으로 부는 세찬 바람을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이름 속에 흔적으로 남았고, 이제 대풍감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향나무를 동시에 품어 한국 10대 비경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길이 짧아 아쉽다면 마땅히 섬목∼내수전 옛길을 걸을 일이다. 험하거나 아찔한 풍경으로 그간 자동차의 침입을 막아왔던 길이 여기다.

옛길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저동에서 북진해 내수전에서 출발, 섬목으로 향할 수도 있겠으나 일주도로의 투쟁사 읽기를 선행하지 않은 걷기는 섣부르다. 도동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주도로를 돌아 섬목에서 출발해야만 이 길의 의미가 더욱 풍성해진다.

저동과 북면 사이, 풍랑으로 뱃길이 끊어질 때야 쓰인 옛길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만큼 나무로 울창하다. 10월 활엽수는 단조로운 초록을 버리고 이제 막 다른 색을 취하려는 참이다. 날카롭던 여름 햇빛은 잎과 잎 사이 부드럽게 스민다. 모서리 확연하던 나무 그림자의 경계가 빛과 어울려 모호해, 옛길은 어둑하면서도 밝다.

산허리 타고 흐르는 길은 왼쪽으로 바다와 숨바꼭질한다. 대부분 화성암이 바다를 맞는 울릉도에서, 이처럼 숲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은 흔치 않다. 특히 길의 마지막 즈음에서 나무는 키를 낮춰 바다 건너 죽도를 온몸으로 끌어안는다. 죽도는 울릉과 같은 피를 나눈 돌을 토대로 초목을 머리에 얹었다. 그 모습이 어여뻐 시선은 자꾸만 왼쪽으로 향하고 발걸음은 멈칫한다. 울릉이 경계심을 놓아 숲과 바다가 이리 가깝게 만났으니, 이 길은 울릉이 꼭꼭 숨겨놓은 축복이다.

여행수첩

보통 경북 포항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 40분, 강원 동해 묵호여객터미널에서 오전 10시(일요일은 오후 1시 30분)에 울릉도로 가는 배가 뜬다. 날씨 등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확인 필수.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2, 묵호 (033)531-5891. 묵호항발 성인 1인 편도 요금 4만9000원, 포항발 5만8800원부터.

대표적 먹을거리는 울릉도에서 자라는 목초를 먹고 큰 약소와 홍합밥·따개비밥이다. 대부분의 식당이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도동항 주위에 모여 있다.

약소는 1인분(150g)에 1만5000원선. 기름기가 적은 대신 고소하다. 홍합밥과 따개비밥은 홍합, 따개비를 참기름·간장에 달달 볶다 쌀과 함께 지어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홍합밥은 보배식당(054-791-2683·1만2000원), 따개비밥은 99식당(054-791-2287·1만5000원)이 유명하다.

영일모텔(054-791-2663) 등 숙박업소가 도동에 많다. 숙소 정보는 울릉군 관광홈페이지(www.ulleung.go.kr/tour) 참조. 사동리에 있는 울릉대아리조트가 울릉도 유일한 리조트다. 2인1실 기준 12만5000~24만원. www.daearesort.com, (02)518-5000.

울릉군 관광안내소 (054)790-6454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054)790-6392

한진렌터카 (054)791-5337

울릉택시 (054)791-2315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 4000원(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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