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그곳이 가고 싶다(신문 스크랩)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 2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0. 9. 01:11

짙은 여름을 걷다… 한걸음에 숲 또 한걸음에 호수 또다른 한걸음에 바람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  묺화일보 2010.07.14 요즘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  괴산호를 끼고 산허리를 따라가는 산막이 옛길은 제주 올레길을 연상케할 정도로 정취가 빼어나다. 옛길을 걷던 여행객이 고공전망대에서 괴산호를 내려다보고 있다. 벼랑에 설치된 고공전망대는 바닥이 투명 유리로 돼있어 올라서면 발 끝이 간질간질하다.
그 길에 올라서자 길 위로 제주의 올레길이 또렷하게 겹쳐졌습니다. 적당한 오르내림으로 나무덱 길은 부드러웠고,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풍경은 빼어났습니다. 활엽수 숲은 또 어찌나 짙던지요. 타박타박 걷는 동안에는 몸과 마음이 다 그 길에 바쳐졌습니다. 충북 괴산의 산막이 옛길. 괴산을 흘러가는 달천을 가둔 괴산호로 앞이 막히고, 험준한 군자산이 뒤를 막고 있는 있는 오지 중의 오지 ‘산막이마을’로 드는 벼랑길입니다.

제주의 올레길이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지자체들이 너나없이 ‘올레길’ 유명세를 빌려 길을 내고 있지만, 거개가 올레길의 정취에 대자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건조한 길입니다. 그러나 괴산의 ‘산막이 옛길’만큼은 감히 올레길의 정취에 견줄 만합니다. 올레길이 제주의 푸른 바다를 끼고 걷는다면, 산막이 옛길은 괴산호에 바짝 붙어 맑은 물빛을 내려다보며 걷는 길입니다. 왕복 6㎞ 남짓. 하나의 코스가 15㎞ 안팎인 올레길에 비하자면 거리는 짧지만, 제주의 올레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잘 다듬어놓은 산막이 옛길 위에서 단박에 올레길을 떠올리지 싶습니다.

혹 ‘염천의 한 여름에 웬 걷기냐’며 고개를 갸웃거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짙은 활엽수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산막이 옛길에는 대낮에도 햇볕 한 줌 들지 않습니다. 깊은 숲 그늘에 들어 덱이 놓인 벼랑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괴산호에 그득 담긴 물을 내려다보는 맛도 시원하고, 골짜기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에서는 피부에 닿는 부드러운 결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그 길에는 느티나무 가지 위에 오두막처럼 얹은 덱 전망대도 있고,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아슬아슬한 고공전망대도 있습니다. 참나무 두 그루의 가지가 한몸처럼 붙어 자라는 연리지도 지나고 고목의 둥치에서 물이 솟는 약수터도 지납니다. 만발한 여름꽃들과 풀벌레 그리고 용감하게 길을 가로막는 다람쥐까지…. 그 길에서는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충북 괴산이라면 맑은 계곡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니, 그 길을 다 걷고서 괴산호 물 건너 산막이마을 건너편 갈론계곡으로 들어 수정 같은 물에 몸을 담가도 좋겠고,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이 그 절경에 반해 계곡 곳곳마다 이름을 붙이고 머물렀다는 선유계곡과 화양계곡이며 소금강의 절경이 펼쳐지는 쌍곡구곡을 찾아 탁족이나 물놀이를 즐겨도 좋겠습니다. 달천 강변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다슬기잡이를 잡거나 천변의 바위 밑에 족대를 밀어넣어 천렵을 즐기거나 계곡가의 민박집에 들어 모깃불을 피워놓고 평상에 앉아 쏟아질 듯한 별빛 아래 잘 익은 찰옥수수를 뜯는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괴산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그곳이 가고 싶다(신문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치산루트’   (0) 2011.10.09
지리산   (0) 2011.10.09
괴산 산막이길 1  (0) 2011.10.09
선자령 풍차길   (0) 2011.10.09
홍천 은행나무 숲  (0) 201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