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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한류 확대는 문학을 통해 가능하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9. 3. 12:11

한류 확대는 문학을 통해 가능하다

 

추재욱
중앙대 영어영문과 교수
세계 곳곳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영화와 드라마, K팝의 뿌리엔 전통문화 DNA가 있다. 한국의 혼이 녹아 들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한류의 붐을 어떻게 장기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유지·확대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문학을 통해 가능하다. 우리 문화를 내밀하게 담고 있는 문학이 세계인의 마음에 한국적 DNA를 깊게 심어 한국 문화를 그들의 일부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 문학은 해외에서 한국 문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강력한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최근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미권 사람들은 우리 문학 속에서 서구문명에선 볼 수 없는 ‘공동체적 감각이나 인간애에 대한 공감’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신경숙의 소설처럼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해 나가는 일은 한류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행 작업이다. 모든 문화를 꽃피우는 토양이 바로 문학적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동·청소년 문학이든 성인 문학이든, 혹은 번역이든 원어 창작이든 어떻게 하면 우리 문학을 세계인의 마음속에 각인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다. 신경숙씨가 밝힌 바 있듯이 앞으로는 문학 및 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국경 너머 독자들까지도 한번 더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번역을 통한 한국문학의 세계화뿐 아니라 직접 해외 독자를 겨냥해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를 길러내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도 요구된다.

 그러려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우리 문화를 활용한 국제적 문학 창작에 대한 국가 문화정책의 더 많은 배려가 절실하다. 세계 속에 한국 문화의 중흥을 이룰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추재욱 중앙대 영어영문과 교수
[중앙일보] 입력 2011.09.03 00:29 / 수정 2011.09.03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