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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

패배자를 위하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11. 24. 21:07

패배자를 위하여 / 나호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1
누구나 알고 있다
패배의 종말이 어떤 것인지
일부는 죽고
일부는 치욕적으로 살아 남아
노예가 되거나
값싼 노리개가 되어
어떻게 천천히 죽어 갔는지
이기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며
언제나 굴종 아니면 죽음을 제비 뽑으며
변두리로 몰려 벼랑 끝에 서성이던 사람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세상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여기는 천국과 연옥 그 사이
다투어 가며 매달린 이 밧줄이
얼마나 연약한 바람이냐
위험한 희망이냐
비빔밥처럼 섞인 우리를 향해
왕성한 식욕을 감춘 주인을
우리는 기다린다
살아 있음은 공평한 배고픔의 축제
어머니 손맛 같은 슬픔이 배인
무정란의 꿈을 매일 낳으며
이긴 자는 더 큰 정복을
진 자는 승리의 쾌감을 위하여
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한 손으로, 옆으로 걸어가는
철갑 게를 비웃으며
뱁새눈으로 샛길로,
지름길로
대로는 텅텅 비고
녹슨 칼날
예고 없는 빗줄기가 세상을 덮고 있다.

  2.
아무도 여기가
제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사양한다
부인한다
아무도 패배자로 불리우길
거부한다
그러나 언제나 약간의 승리자와
대다수의 패배자가
공존해 왔다
누구에게나 칼이 있다
고위관리에게도
동회 서기에게도
일용노동자에게도
날카롭거나
무디다는 차이가 있을 뿐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너무나 쉽게 상처를 주는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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