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의 오후
물끄러미 서로를 쳐다본다
끈끈한 눈빛으로
서로를 핥아준다
개가 되고 싶은 나와
사람이 되고 싶은 그가
쇼파에 등을 기대고 있다
정해진 시간의 용변과
금욕을 강요받는 소량의 식사
공원에 갈 때는 천천히 걸어
적당히 꼬리 칠 줄 알고
두려움을 감추며
위엄 있게 짖는 법은 기본이지
야성을 잃은 그는 안락을 얻었고
지성을 잃은 나는 가난을 얻었다
어느 위대한 시인은 말했다
꿈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백수의 꿈
나는 그에게 꿈을 가르친다
바닥에 꿈이라고 쓰여진 물그릇에
머리를 쳐박을 때마다 그는 문맹이면서
그는 꿈을 배운다
나는 개처럼 살고 싶다
혀를 끌끌 차면서
사람으로 살기가 너무 어렵다
신년 벽두부터 무슨 개 같은 시냐고? 개가 뭐 어때서? 우리 집에는 번개라는 암컷 푸들이 살고 있다. 5 년 전 겨울,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떠돌다가 식구가 된 개다. 비만으로 새끼도 못 낳고, 요즈음은 노년기에 접어들어 하루 중 반은 잠으로 때우는 친구다. 까맣고 동그란 그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는 가슴이 찔린다. 암수도 부릴 줄 모르고, 늘 그 모양이다.
3개월 전쯤 한 번 올렸다 제목이 마음에 안들어 내렸던 글인데, 올해는 정말 개처럼 살아보자고 다시 올린다.
* 2003년도에 발표한 시, <<낙타에 관한 질문>>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