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눈 내린 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1. 25. 01:22

눈 내린 후


죽도록 걷고 또 걸었다

티눈 박히고 뭉그러진 발

경사가 심한 비탈을 뒤우뚱거리고

벼랑 옆을 위태롭게 건너왔던 탓에

못 생긴 발

눈은 그렇게 슬프다

한 마디 단어로 빛나고

은은하고 깊은 향기를 지닌

눈보라 후의 가득한 평온

그 두텁고 보기 흉한 발에

손을 내밀어 씻기려 할 때

오히려 이 더러운 손에

가득 가득 담겨오는 눈물

받아쓰기가 되지 않는다

영점이다

<<스토리문학>> 2011년 봄호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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