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후
죽도록 걷고 또 걸었다
티눈 박히고 뭉그러진 발
경사가 심한 비탈을 뒤우뚱거리고
벼랑 옆을 위태롭게 건너왔던 탓에
못 생긴 발
눈은 그렇게 슬프다
한 마디 단어로 빛나고
은은하고 깊은 향기를 지닌
눈보라 후의 가득한 평온
그 두텁고 보기 흉한 발에
손을 내밀어 씻기려 할 때
오히려 이 더러운 손에
가득 가득 담겨오는 눈물
받아쓰기가 되지 않는다
영점이다
<<스토리문학>> 2011년 봄호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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