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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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중얼거리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1. 11. 11:13


나는 ‘젖’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젖무덤’이란 말보다는 ‘젖가슴’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어떤 이들은 특히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이 말에 얼굴을 붉히거나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 말을 ‘어머니’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서 즐겁게 쓴다.

겨울 아침, 강추위가 지나가는 길을 걸어 어미니에게로 간다. 팩 우유 하나 그리고 먹기 좋게 자른 찹살 떡 한 개 주머니에 넣고 종종걸음을 친다. 일요일 아침의 식사.. 그래야 약을 복용할 수 있기에 식사는 걸러서는 안되는 것이다.

춥다. 지척이긴 하지만 매일, 아침 저녁으로 먹을거리를 들고 오가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어머니는 40이 되어 과부가 되었다. 생활 전선에 뛰어들기 전 살림만을 할 때에는 꼭 어머니 옆에서 붙어서 잤다. 아마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어머니 젖을 만지고 잤던 것 같다. 부드럽고 부드러운 어머니 젖은 실생활에서는 무섭도록 차가운 어머니의 감추어진 내면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치매치료용 패치를 붙일 때마다 나는 쭈글해지고 볼 품 없어진 어머니 젖을 본다. 나는 저 젖을 먹고 젖가슴을 만지며 성장해 왔고 늙어 왔다.


슬픔도 따라서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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