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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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중얼거리다

시를 쓰면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8. 12. 8. 20:30

시를 쓰면서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인이라고 답하면 '아, 그것 말고 다니는 직장이 어디시냐고요?' 하고 되묻는다. 참으로 난감하다. 미국에서도 시집을 내면 아무리 유명한 시인이라도  천 권을 판매하기 힘들다는 재미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영영 詩의 시대는 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를 팔아서 빵을 사지 않았고 집을 사지 않았기에 아직은 순수하고 아직은 부조리한 현실 앞에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은가! 시라는 나지막한 웅얼거림, 나에게로 향하는 삶의 고백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축복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일 년에 한 편씩 우려 읽어도 좋을 그런 시를 써야 하는데, 미처 걸러내지 못한  미숙한 분노가 덩어리째 쏟아지는 것 같아 늘 불안하다. 언제면 살아 있음를 경이로운 눈으로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한지도 너무 오래 되었다.     



  


    ⊙ 발표문예지 : 창조문학 200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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