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길 따라바람따라(여행기)

알프스의 메아리를 듣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8. 5. 24. 00:03
 

알프스의 메아리를 듣다.


                                -  음악테마파크 양평 알프스


                                           나호열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명성리. 서울에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경춘가도를 강을 끼고 달리다가 청평댐을 건너면 설악면이다. 면 소재지 채 못가서 오른쪽으로는 37번 국도, 양평군 옥천면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로 빠지면 낭패다. 왼쪽으로는 유명산, 오른쪽으로는 중미산 그 사이로 긴 고개길이 나오고. 양평을 경유하여 길게 돌아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악면을 지나쳐 86번 지방도 표지를 따라 그대로 직진하여야 한다.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번잡하지만 스키철이 오기 전까지는 한적한 시골길이다. 산세는 조금씩 험해지고 널미재 고개를 하나 넘으면 강원도 땅이다. 홍천강과 만나는 모곡에서 오른쪽 494번 지방도를 타거나 아니면 계속 직진하여 반곡에서 만나는 70번 지방도를 따라 남하하면 명성리에 닿는다. 또 다른 길은 양평을 통과하는 6번 국도를 타고 단월에서 70번 지방도를 만나 북행하는 길이다. 빨리 가야 한다면 당연히 양평을 경유하는 길을 잡아야 하고, 조금은 호젓하게 드라이브를 하면서 풍광을 감상하려면 설악을 지나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곳 명성리, 5,6킬로 안근에 대명비발디 파크가 있어 인적이 제법이지만, 산 매무새가 유적한 것이 휴양지로서는 그만인 곳이다. 몇 년 전,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노동시간의 감소로 여가 활동이 늘어나면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팬션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호텔이나 콘도미니엄이 주는 위압적이고 도시적인 숙박시설이 아니라 가족적이고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 스스로 취사가 용이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팬션의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부동산 투자나 수익수단으로 사업이 되어버렸지만, 팬션에는 노후의 연금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한다. 연금으로 사는 사람들이 노후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유휴공간을 임대하는 것이 본래의 뜻이라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팬션들, 그 곳 명성리에는 팬션이면서 그 기능이 색다른 ‘양평 알프스’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을 하지만, 음악인들의 휴양, 수련, 교육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 전. 현직 음악 교수들로 운영되는 ‘알프스 계절음악학교’는 ‘양평 알프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연령 제한 없이 음악에 자질이 있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비영리 음악교육 기관으로서 지역문화예술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오 천 평의 산림 속에 자리잡은 서구풍의 다 섯 동의 건물들, 콘서트 홀, 작은 알프스, 에델바이스, 하이디 하우스, 요들 하우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프스의 풍취가 물씬 풍겨나오는 동화 속의 건물들은 그 하나 하나가 고유한 용도로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랜드 피아노가 설치되어 있는 콘서트 홀은 작은 정원과 목조 발코니를 배치하여 아늑하면서도 품위있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작은 알프스’는 작은 세미나 공간과 개인연습실과 숙소가 구비되어 있다. 이곳도 콘서트홀과 마찬가지로 목가적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분위가 물씬 풍겨 나오는 곳이다. ‘에델바이스’는 많은 인원이 함께 하는 워크숍이 가능하고, 음향시설, 대형 스크린, 빔 프로젝트 등이 구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휴식a을 취할 수 있는 다락방 룸이 있다. ‘하이디 하우스’는 개인교습을 할 수 있도록 원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천장이 높은 교회형 건물이다. ‘요들 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알프스 성의 외관을 갖추고 강의실과 사무실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물론 각 건물마다 별도의 취사 설비와 바비큐 장소 등이 마련되어 있고, 시냇물 산책로, 야외 카페, 캠프장 등이 휴양시설로서의 면모도 빠짐없이 구비하고 있다.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꼼꼼하게 ‘양평알프스’를 꾸민 사람은 누구일까?


 박영수는 1947년 생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육십이다. 경희대 성악과(학부와 대학원)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잘즈부르크 모짜르테움Salzburg Mozarteum 음대 act 과정을 이수하고 독일 국립 트로싱겐 음대 대학원 Hochschule fur Musik Trossingen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했으며, 198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삼육대학 교수를 거쳐 1996년도부터는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에 성악교실을 개설하여 일반인들의 취미활동과 전문가급 연주자를 양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서울 오페라단의 Opera 나비부인, 아이다 출연, 수많은 독창회와 지휘활동 등을 통해 교육자 일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박영수이다. 그는 왜 ‘양평 알프스’를 만들고 (개척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운영하게 되었을까? 대담을 통해서 그 궁금증을 풀어 보았다.


문 : 앞에서 ‘양평 알프스’의 개요는 살펴 보았다.  ‘양평 알프스’의 개요는 어떤 것인가? 

답 : 우리 펜션은 다섯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휴양객들에게 대여하는 공간과 다용도로 쓸       수 있는 공간의 기능을 합쳤다.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 공연을 위한 공간, 강의를       위한 공간, 세미나를 위한 공간 등으로 쓰일 수 있다.


문: ‘양평 알프스’에는 알프스 계절음악학교‘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그 내용은 무엇인가?

답: 우리나라 대학의 강의 기간은 길지 않다. 예술, 특히 음악은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방학동안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펜션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에 위치해 있다. 마침 근처에 대명 스키장이 있어 휴양 차 들르는 사람들이 많다. 휴가 기간동안 집중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교수들을 초빙해 진행할 수 있다. 아직 세말한 교육프로그램은 구성되지 않았지만, 인선은 되어 있다. 이번 겨울부터 시작할 것이다. 누구나 팬션에 머물면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의 기숙사와는 다르다. 교육기간이 아닐 때에는 팬션의 기능만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 는 공간을 팬션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음악인(아마튜어나 전문가)들이 여름과 겨울에 휴가 시간를 이용하면서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문 : 이것도 사업인데? 어떤 동기로 이일을 계획하게 되었는가?

답 : 강단에 있으면서 방학동안의 학생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해 보았다. 교육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팬션을 만들기로 했다. 휴양마을이면서도 계절  음악학교의 캠퍼스... 멋지지 않은가!


문: 팬션도 사업이다. 교육시즌이 아닐 때는 어떻게 공간을 활용할 것인가?

답: 물론이다. 항구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팬션 시설의 활용도가 높아야 한다. 교육프로그램이 없을 때는 시설의 유휴 범위 내에서 대여를 한다. 하지만 팬션 사업이 궁극적 목적 이 되지 않는다. 음악 교육을 위한 공간 확보의 필요성이 팬션을 만든 첫 번 째 목적이다. 시설을 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여를 하는 것이다. 유휴기간에도 시설관리비는 나가는 것이다. 팬션 대여료로 음악교육을 위한 자금이 마련되지 않을 때에는 사재를 투입할 생각이다. 팬션 대여료가 운영상의 보조는 되겠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팬션사 업이 잘 되지 않는다 해도 음악교육의 부실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 무지에서 나온 우문일 수도 있지만)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상업성의 측면에서 전혀 다른 시스템과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세계적인 추세를 보아도 클래식이 힘을 잃 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답: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교육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은 것이다.


문: 왜 굳이 양평인가?


답: 양평은 수도권에서 가장 수려한 경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 그런데 의     외로 음악분야의 예술인은 드물다. 음악은 발표를 위한(공연 중심)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시설도 미비하다. 그래서 예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음악의 소비자로서의 역할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문: 그렇다면 양평 지역 음악 인재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

답: 클래식을 대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그것을 자주 접하게끔 해야 한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음악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어릴 때의 경험이 중요하다. 이 지역 청소년들에게 알맞은 교육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다.

문: ‘양평 알프스’ 문을 열면서 행사를 했다고 하는데?

답 : 개관 후 일주일 동안 기념 음악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개관기념  페스티벌’을 가졌다. 10월 27일에는 경희대 김암 교수 지휘로 모짜르트 오페라 ‘마술 피리’를 공연했고, 28일에는 중앙대 조유리, 명지대 조소연, 대진대 신수정 교수의 ‘트리오 Krang의 밤’이 29일에는 국민대 조은아 교수의 피아노 독주회, 30일에는 소프라 노 이은정의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 공여되었다. 관중이 얼마나 올까 걱정을 했지만  대 성황이었다. 예비 의자까지 동원할 정도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문: 페스티벌을 통해서 얻은 소득은?

답 :음악을 접할 기회를 양평지역의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외지 사람 들이 휴양지에 와서도 콘서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연주자도 청중이 있어야  신이 나고 연주에 물이 오른다. 일반인들이 스스로 음악에 관심을 갖고 공연을 찾아다닐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


문: 우리의 기획 의도는 전국에 산재한 문화 시설이 그 지역 문화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가? 를 확인하고 싶어하는데 있다.

답: ‘양평 알프스’가 지역문화의 발전에도 대단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자본을 가 지고 있으면서도 지역문화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고정관념 을 깨는 것에서 보람을 찾고 싶다.


문: 앞에서 잠깐 언급하다 말았는데 지역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

답: 교육 프로그램의 타깃은 대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음악교육을 위해서는 개인교습을 받고 해외 유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나 유럽에서는 학원의 개념이 아닌 음악학교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료교육이다. 시설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만  있다면 가능하다. 요즘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만, 개인교 습을 위한 환경은 미비하다. 음악은 개인교습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급의 균형 이 맞지 않는다. 고급 인력은 넘쳐나지만 그들이 갈 곳이 없다. 그런 여건이 나의 의욕을 고양시킨다. 내 입장에서는 열악한 교육 환경이 오히려 일하기가 좋다는 뜻이다. 교육프로그램에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가능하다고  본다. 제도권의 학교가 아닌 음악의 대안학교가 되고자 한다. 대학의 경우 많은 관리가  필요하지만 우리 팬션의 경우 그만큼의 경비와 노력이 들지는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피 교육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시설이 허락하는 한 가능성 있는피교육자를 수용하고자 한다.

 

 

문:대학생의 방중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


답: 나의 조부는 세브란스병원 의사면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교회에서 교회음악에도 관심 을 가졌다.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자주 접해야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지역 주민이나 학생들이 편안하게 찾아 올 수 있도록 ‘양평 알프스’를 개방하겠다. 이용자는 두 부류가 될 것이다. 시설을 이용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교육의 수혜자.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권 고취, 재능을 가진 자들이 전문화 될 수 있는 공간.


문: 선생의 음악관을 피력한다면?

답: 모든 예술이 그러하지만, 음악에도 끝이 없기 때문에, 완성이 없기 때문에 어렵다. 참다운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들려주기 위한 음악보다는 청중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음악. (억지로) 감동을 시키기 위한 음악은 피해야 한다. 감동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다.


문:현대는 정보화 시대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답:홈 페이지는 만들고 있는 중이다. 팬션에 대한 정보만을 다룬 홈페이지는

 www.minialps.com 이다. 홈페이지를 홍보하려 한대도 워낙 새로운 개념의 팬션이기 때문에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삶의 질을 문화와 예술을 얼만큼 향유하고 있는가의 척도로 가늠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면서 어떤 삶이 참살이 -웰빙 -인가 하는 자문이 예술가의 몫으로 돌아 왔다. 문화의 핵은 예술이고 예술의 중심에는 예술가가 있다. 예술가는 창조와 영감으로 생명을 보장 받는다. 어느 사람은 ‘창조’ 의 고난을 보여주려 하고 그 창조의 고난을 외면하는 대중들에게 길을 열어 주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박영수의 ‘양평 알프스’의 앞날이 돌아오는 고갯길만큼 구불거리고 위험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개념, 통념과 상식을 깨는 도전하는 예술가의 모습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월간 예술세계 2006년 12월호 게제

 


   

   

'길 따라바람따라(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운사 기행  (0) 2008.06.08
7번 국도  (0) 2008.06.08
31 번 국도  (0) 2008.05.18
開心寺 저 쪽  (0) 2008.05.12
만리포 가는 길  (0) 2008.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