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도시' 대구는 잊어라… 1100만명이 찾는 '눈과 입이 즐거운 도시'로
볼거리·먹거리 넘치는 대구

대구시는 한해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 도시다. 19일 대구시의 통계 시스템인 대구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한해 대구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1100만여 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2%가 늘어난 수치였다. 1990년대까지만해도 대구시는 한때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를 빼면 볼 게 없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도시의 역사와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관광지를 조성하고 지역의 맛이 담긴 음식 등을 발굴한 결과, 작년 한해에만 해외 관광객 100만여 명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요즘 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대구간송미술관이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설립한 국내 최초 사립 미술관 ‘간송미술관(보화각)’의 분관으로 지난해 9월 개관했다. 개관 기념 전시로 조선시대 화가인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훈민정음 해례본 등을 선보인 결과, 개관 3개월만에 관광객 22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미인도 하나를 보기 위해 평일에도 관광객 수백명이 10여 m가 넘게 줄을 섰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선 미인도 관람 인증샷 수천건이 쏟아졌다. 올해 간송미술관은 8월 30일까지 기획 전시인 ‘화조미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꽃과 새 그림을 뜻하는 화조화 77점이 전시된다. 단원 김홍도와 오원 장승업 등 화가들이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앞산서 야경보고, 야시장서 맥주 마셔볼까
앞산케이블카로 유명한 앞산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다. 앞산전망대는 해발 660m인 앞산 정상 부근에 위치해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대구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주간에는 앞산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땀 흘리지 않고 편안히 전망대 근처까지 오를 수 있다. 1.6km 구간을 5분만에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앞산의 풍경과 대구 시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야간에도 앞산전망대는 대구의 야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83타워와 각종 건축물, 조명이 빚어내는 대구의 야경은 소셜미디어에서 장관이라며 입소문을 탄지 오래다. 야간에도 시민들이 안전하게 전망대에 오를 수 있도록 조명 장치가 등산로 곳곳에 설치돼 있다.

대구의 대표 번화가 동성로도 시간당 유동인구 4만명에 달하는 필수 관광 코스다. 기차역인 대구역을 비롯해 도시철도 1호선과 시내버스 등 각종 대중교통이 오가는 곳이라 접근성이 좋고, 쇼핑과 먹거리에 문화 콘텐츠가 밀집해 있어 즐길 거리가 많다. 여름철 동성로 곳곳에 조성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관광객들에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피서지다. 최신 패션 매장과 화장품 가게, 캐릭터 상품점들도 거리 곳곳에 조성돼 있다.
대구의 명물 음식인 납작만두, 막창, 찜갈비, 뭉티기(생고기)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동성로에 밀집돼 있다. 특히 종로 거리와 향촌동 인근에 위치한 복고(레트로) 스타일의 식당·카페는 야간에 주변 조명이 더해지면 과거 대구가 간직했던 예스러운 멋을 담아내는 장소로 변해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동성로에는 계산성당과 향촌문화관,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서상돈, 시인 이상화 고택 등 문화·역사 관광지도 있다.
밤에도 잠 못 드는 관광객을 위해선 서문야시장과 칠성야시장이 열려있다. 국내 3대 시장이자, 대구 민심의 척도로 불리는 중구 서문시장에 위치한 서문야시장은 매주 금,토,일요일 저녁 7시부터 열린다. 350m 구간에 매대 30개가 설치된 대형 야시장으로, 닭꼬치와 꽃게버터구이, 순대, 막창, 야끼소바 등 다양한 거리 음식을 판매한다. 북구 칠성시장 인근 신천 둔치에 조성된 칠성야시장은 화요일과 수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저녁 6시부터 운영한다. 야시장 내에 300석 가량의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고 칠성야시장에서만 판매하는 ‘칠성수제맥주’와 5종류의 칵테일, 닭강정과 케밥, 와플 등이 인기다. 지난 15일 서문야시장을 방문한 이형원(37)씨는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와 순대, 막걸리를 매대에서 시켜먹었다”며 “맛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부산에서 대구까지 찾아온 거리가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달 20일부터 8월 말까지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대구의 아름다운 야경과 야시장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대구시티투어 야경코스 ‘대야호’도 운영된다. 앞산전망대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함께 제공되는 야시장 바우처를 활용하여 서문야시장을 즐긴 후 근대문화골목도 돌아보는 알찬 밤나들이 코스로 여름밤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대구의 10가지 맛, ‘대구 10미(味)’도 인기
맛있는 음식은 여행을 완성하는 요소다. 대구시는 2006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10가지를 대구 10미로 이름 짓고 첫 선을 보였다. 대구에서 시작된 음식, 또는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로 구성됐다.
대구시가 선정한 대구 10미는 따로국밥, 동인동찜갈비, 논메기매운탕, 복어불고기, 누른국수, 야끼우동, 막창, 뭉티기, 무침회, 납작만두다. 따로국밥은 대구식 육개장으로 춥고 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매운 요리가 발달하면서 정착된 음식이다. 고추기름과 다진 마늘 등을 양념으로 우려내 맛이 얼큰하다. 6·25 전쟁 때 대구에 온 피난민들 사이에서 국과 밥을 따로 주문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따로국밥’으로 불리게 됐다.


동인동 찜갈비는 중구 동인동 주택가에서 양은 냄비에 익힌 소갈비와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어 조리하는 방식에서 유래됐다. 간장으로 맛을 내는 수도권의 갈비찜과 달리 화끈하고 달콤한 맛이 있다. 갈비를 다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비벼먹는 밥이 별미다.
논메기 매운탕은 대구 달성군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1990년대 초 달성군 다사읍의 한 농가에서 논메기 양식을 시작한 이후 매운탕 요리를 직접 개발·판매하면서 유명해졌다. 논에서 양식한 메기를 끓여낸 음식으로 비린내가 없고 깔끔하다.
복어불고기는 1970년대 후반 대구에서 복어를 콩나물과 양파, 대파, 고춧가루 등을 곁들여 빨갛게 볶은 조리법에서 유래했다. 대구의 복어 요리 가게에서 맛볼 수 있으며 아삭한 콩나물과 부드러운 복어살이 달콤하게 입 안에서 섞인다. 남은 양념과 밥을 볶아 만든 볶음밥도 인기 메뉴다.
누른국수는 면을 밀대로 눌러 만든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반죽에 콩가루를 넣어 면이 노란색을 띠는데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해물이나 사골 육수를 쓰지 않고 멸치 육수만 사용해 맛이 담백하다.
대구식 볶음우동인 야끼우동은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에 해산물과 채소를 넣어 센 불에서 볶은 국물 없는 우동으로, 대구의 중식당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대구의 무침회는 활어회의 대체 식품으로 삶은 오징어와 소라, 아나고 등을 무채, 미나리, 고춧가루, 생강 등으로 버무려내는 음식이다.
과거에 찌개로만 끓여먹다 연탄에 구워 된장 소스에 찍어먹으면서 유명해진 막창은 대구 관광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별미로, 대구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 생소고기를 뜻하는 뭉티기는 고기를 뭉텅뭉텅 큼직하게 썰어낸다고 해 붙은 사투리다. 신선하지 않으면 판매를 하지 않아 평일에만 맛볼 수 있으며, 한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납작만두는 납작한 만두피에 간장과 양파채, 고춧가루를 양념으로 올려 먹는 음식이다. 떡볶이와 무침회 등에 곁들여 먹는다. 대구시는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매월 10일과 20일, 30일을 ‘대구10미데이’로 지정했다. 대구푸드 홈페이지에 게시된 식당 46곳에서 이 기간 대구 10미 메뉴를 5~10% 할인하거나 테이블당 음료 무료 제공 등 혜택을 준다. 매장 내 비치된 QR코드를 통해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