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사회,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
호명사회,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중앙일보입력 2024.09.12 00:22송길영 Mind Miner감나무집 둘째, 김수영씨는 개구지고 흥겨운 아이였습니다. 감나무에서 떨어져 깁스를 하고 다니던 일은 그의 부산함의 증거로 이웃들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공부도 곧잘 해 도시의 학교로 진학해서 번듯한 직장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따금 고향에 내려와서 인사를 해도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잘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의 존재가 단독자로 인식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동네의 터줏대감 감나무 집 둘째라는 관계와 맥락이 훨씬 큰 존재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그 시절 도시의 학교는 한 반에 50명도 넘던 콩나물시루처럼 과밀했고, 한 학년에 10반이 넘는 규모로 더해졌습니다. 전체 학생이 2000명이 넘던 시기,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