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사월의 일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6. 4. 25. 00:04

사월의 일기

 

 

말문을 그만 닫으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고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며칠을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동안

나무속에도 한 영혼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

꽃을 피우고

심지어 제 머리 위에 둥지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파란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주먹만큼 빛나는 새 한 마리가

잠시 머물고 간 뒤

사월의 나무들은 일제히

강물 흘러가는 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말문을 닫으라고

하느님이 내린 병을 앓고 있는 동안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아우라지에서  (0) 2006.05.21
그대 사는 곳  (0) 2006.04.27
황사 지난 후  (0) 2006.04.24
법고 치는 사내  (0) 2006.03.25
바람소리  (0) 200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