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꾹꾹 눌러써도 흐려진 연필 글씨처럼
쌓으려해도 스스로 몸을 허물고 간 바람이
남긴 공터를 읽는다
햇살이 무심히 부리로 쪼아대는 적막의 깊이 속에
다시 푸르게 돋아오를 것 같은 발자국들
길이 없어도 눈이 환해지는 문장의 씨앗들
기다리지 않아도 자락자락 어둠이 내리고
그 어둠을 들여 더 큰 폐허를 일으켜 세우는
순한 짐승에게 기도를 바친다
모든 어머니!
문학리더스 202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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