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산다
수천 년 동안
누에는 그의 속성을
바꾸어 본 적이 없다
뽕나무는 뽕나무대로
누에밥이 되는
즐거움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본 적이 없다
한 마리 나방이 되기 위하여
수고스럽게 고치를 지어야 하는 노동을
생략하지 않는다
한숨인 양 뿜어올리는 실오라기를
한 줄씩 잡아당겨 명주를 만드는
착취의 손에 대하여
이빨 한 번 드러내지 않고
집 잃어 징그러운 몸뚱이로
이리저리 비틀며
몰매 때리는 세상 밖으로
길을 만들며 죽어 간다
'바람과 놀다 (2022.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우鬪牛 (1) | 2024.05.23 |
---|---|
코뿔소 (0) | 2024.05.16 |
젖소 (0) | 2024.04.22 |
별똥별이 내게 한 말 (0) | 2024.04.19 |
목발 11― 나들이 (0) | 202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