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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편지]
풍요로운 나무와 함께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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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번째 《나무편지》 ★
성탄절, 즐거이 잘 보내셨는지요. 마침 성탄절이 월요일이어서 토일요일에 이어서 사흘 내내 쉴 수 있었던 풍요로운 연휴를 보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2023년 한해가 다 지나갑니다. 며칠 안 남은 2023년의 며칠 동안은 아마도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새해를 어찌 맞이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데에 더 많은 생각을 들여야 하겠지요. 언제나 지나온 것을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것을 계획하고 대비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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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의 《나무편지》도 오늘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 띄우게 될 다음 《나무편지》는 2024년 새해 첫 편지가 되겠지요. 그러니까 〈진천 신척리 향나무〉로 시작한 2023년의 《나무편지》는 이번이 끝이 되는 겁니다. 2000년 5월 8일에 첫 《나무편지》를 띄운 뒤로 24년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나무편지》를 소중히 살펴봐 주시는 많은 분들의 성의 덕분입니다. 올 한햇동안도 《나무편지》를 성의껏 살펴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큰 감사 인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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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마무리하는 《나무편지》는 이미 예고해 드렸던 것처럼 ‘머무르고 싶은 곳’ 전라북도 고창군의 큰 나무 한 그루를 더 소개합니다. 고창을 대표하는 나무, 〈고창 수동리 팽나무〉입니다. 2008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 나무는 나무높이가 12m 정도 됩니다. 이 정도 높이는 사실 그리 큰 팽나무라 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사람 가슴높이에서 잰 둘레가 6.56m인 줄기에서 뻗어나간 나뭇가지 펼침폭은 동서방향으로 22.7m이며, 남북방향으로는 그보다 훨씬 큰 26.0m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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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수동리 팽나무〉는 나뭇가지를 장하게 펄친 탓에 나무는 여느 팽나무에 비해 나무높이가 조금 낮은 편이어도 전체적인 분위기만큼은 웅장합니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마을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이어지는 밭 가장자리입니다. 고창군의 특산물인 복분자를 재배하는 밭입니다. 그 반대편으로는 건천이 흐르는 급한 비탈이 이어집니다. 밭 너머로는 마을 살림집이 몇 채 자리잡은 전형적인 농촌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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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언덕 위 평평한 경작지의 가장자리에 서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처럼 나무가 서 있는 자리 아래쪽으로는 급경사가 이어집니다. 이런 위치는 나무가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데에 그리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뿌리를 사방으로 고르게 펼쳐야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텐데, 경사지 쪽으로는 뿌리를 뻗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고창 수동리 팽나무〉는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반대쪽으로 더 깊이 뿌리를 뻗어내며 지금까지 건강에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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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무 상태와 규모로 보아 대략 400년 정도 살아온 것으로 보입니다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려 말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나무라는 이야기도 전하기는 합니다만, 근거가 확실한 건 아닙니다. 예전에는 이 자리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때에는 이 나무가 배를 매어두는 지주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변산반도와 선운산 사이에 형성된 곰소만의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곳인데, 가만히 지도를 살펴보면 간척지로서의 특징이 해안선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간척 사업 이전에 배를 매어두었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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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매우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만,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 줄기와 땅의 경계 부분인 ‘지제부(地際部)’에 드러나는 커다란 구멍은 그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으로 여겨집니다. 또 동쪽으로 뻗은 나뭇가지의 상당 부분이 부러져나갔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건 오래 전에 줄기에서 뻗어나온 굵은 가지 하나가 부러지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그 흔적으로 나무의 동쪽 줄기 표면에는 지금도 큰 상처가 남아있고, 이 부분을 메워준 충전재가 또렷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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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무는 여전히 장한 수형을 잃지 않았습니다. 동쪽으로 뻗은 가지가 불균형을 이룬 건 어쩔 수 없는 세월의 상처이겠지만, 그밖에는 매우 건강한 편입니다. 방향을 바꾸어서 나무를 살펴보면 정말 그 장한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의 사진은 나뭇잎이 무성하던 몇해 전 여름의 사진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당산나무로 삼고, 당산제를 올릴 만한 나무로서의 위용을 충분히 갖춘 겁니다. 이번에 찾아보니, 마을 당산제는 이제 치르지 않는 듯합니다. 당산제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인 금줄을 찾을 수 없었거든요. 나무 주변이 언덕 위의 평지여서, 예전에는 나무 아래에 모여 줄다리기를 비롯한 마을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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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평안해지는 나무입니다. 어쩌면 그의 낮지만 너른 품이 그런 편안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한햇동안 만나고, 《나무편지》로 전해드린 나무들을 가만가만 떠올립니다. 모두가 좋은 마을, 좋은 나무들이었습니다. 그 많은 나무들 가운데에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고창 수동리 팽나무〉처럼 편안한 나무, 그리고 언제나 다시 찾아도 ‘머무르고 싶은 곳’ 고창군의 이야기로 《나무편지》를 띄울 수 있어서 행복한 세밑입니다.
2024년 새해를 더 풍요롭게 맞이하기 위해 며칠 남지 않은 2023년, 보람되이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해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3년 12월 26일 성탄절 다음 날 한낮에 1,211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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