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 입력 2023-09-07 11:38
- 업데이트 2023-09-07 12:02
한국 첫 가톨릭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성상이 지난 5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벽면에 설치되는 모습. 이 자리는 바티칸을 방문하는 세계 순례객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 16일 성 베드로 대성전서 축성식 참가 앞둔 염수정 추기경
“바티칸에 한국인 성상 설치
감회가 깊고 영광스러운 일
‘교황, 한국 순교자처럼 용기갖자’
신자들에 강조할 만큼 한국 배려”
이남규 화백 30주기 기념전 참석
“유리화의 새로운 길 여셨던 분”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염수정(왼쪽) 추기경이 ‘유리화 작가 이남규 30주기 특별전’에서 조광호 신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감회가 말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염수정 추기경은 6일 문화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한국의 김대건 신부 성상이 설치되는 것에 대해서였다.
“거기가 프란치스코, 도미니코 성인 등 유럽 수도회 설립자 성상들이 있는 곳이잖아요. 우리 김대건 신부님 성상이 그 옆에 세워지는 것은 새롭고 뜻깊은 역사입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월 24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김대건 신부를 언급하며 전 세계 신자들에게 “한국 순교자들처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자”고 당부한 것을 상기했다. 한국 가톨릭 역사를 중시 여기는 교황의 깊은 배려로 한국인 성상이 바티칸 성전에 들어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 신부 성상은 한진섭 조각가가 이탈리아에 머물며 올해 1월부터 제작했고(문화일보 7월 24일자 29면 보도), 지난 5일 베드로 대성전 외벽 벽감(우묵한 곳)에 설치하는 작업을 마쳤다. 오는 16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베드로 대성전 수석 사제)이 주례하는 감사 미사를 봉헌한 뒤 축성식이 열린다. 감사 미사와 축성식엔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성상 제작비를 후원한 한국주교회의 이용훈 의장과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 부산교구 총대리 신호철 주교가 참석한다. 이후 한국 순례단은 교황을 알현하게 된다.
문화일보가 염 추기경을 만난 6일, 그는 명동대성당 ‘갤러리1898’에서 이날 개막한 이남규 화백 30주기 기념전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전시는 ‘생명의 빛-위로와 환희’라는 제목으로 한국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 선구자인 이 화백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특별전이다. 이 화백의 작품을 풍성하게 선보일 뿐만 아니라 ‘이남규를 사랑한 작가’ 7명이 만든 ‘십자가의 길’도 보여준다.
염 추기경은 “이 선생님은 유럽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후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서울 중림동 성당의 유리화를 제작했다”라며 “유리화라는 말이 생소했던 시기에 새로운 길을 여셨다”라고 상찬했다. 그는 “이 선생님이 쓴 기도문을 보면 진선미 자체인 하느님께 나아가는 예술가이자 신앙인으로서의 겸손함이 담겨 있다”라며 “저도 새삼 겸손해져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했다.
염 추기경은 이 화백의 사위인 박정석 미술가, 유리화 작가인 조광호 신부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봤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 화백 유족(아내 조후종 여사, 딸 이윤주 배화여대 명예교수, 아들 이동건 서울성모병원 의사)을 비롯해 정웅모·허영엽·박기석·최광희 신부 등 사제들과 김숙희 전 교육부 장관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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