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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씻어준다는 것 / 하청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0. 28. 14:56

 

씻어준다는 것

 

하청호

 

 

어느 누구의 몸을

씻어준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거친 발을

씻어준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이다

 

쉼없이 흘러가며

제 몸을 씻는

저 강물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가장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가 아닌

제 스스로를 씻는 일이다

저 투명한 강물처럼

끊임없이 씻어내는 일이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는 진보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삶은 더욱 곤궁해지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접합니다. 어떤 이들은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오지랖만 넓다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어느 누구의 몸을 / 씻어준다는 것은 /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느 누구의 거친 발"을 씻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랑한다는 것은 / 누구가 아닌 / 제 스스로를 씻는 일이다". 자신은 씻지 않으면서 남의 때를 벗긴다는 것은 지극히 모순된 일이지요.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부정을 일삼는 그들(?)의 귀에도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단연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 그 어떤 것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저 투명한 강물처럼 / 끊임없이 씻어내는 일”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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