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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꽃씨를 심으며 / 홍수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1. 1. 16:45

꽃씨를 심으며

 

홍수희

 

 

희망은 작은 거다

처음엔 이렇게 작은 거다

 

가슴에 두 손을 곱게 포개고

따스한 눈길로 키워주지 않으면

 

구멍 난 주머니 속의 동전처럼

그렇게 쉽게 잃어버리는 거다

 

오늘 내가 심은 꽃씨 한 톨이

세상 한 켠 그늘을 지워준다면

 

내일이 행여 보이지 않더라도

오늘은 작게 시작하는 거다

 

 

 

정작 희망이란, 불가능 한 것에 대한 간절한 화살기도처럼 시작되는 것

 

최근 남북 및 북미 정상 간 대화가 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희망과 기대 이면에 새로운 절망과 우려가 동반 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불가능해 보이는 너무 큰 나무를 한 번에 옮겨 심으려는 시도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데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희망의 씨앗은 그 이전에 이미 “내일이 보이지 않더라도 / 오늘 작게 시작”했었습니다. 사람들이 오갔고, 비무장지대 한켠에서는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았었지요. 우리는 당장 ‘북핵’이라는 거대한 문제만을 전제로 생각하고 있어서 그 이전의 일들에 대하여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희망이란 “가슴에 두 손을 곱게 포개고 / 따스한 눈길로 키워주지 않으면 // 구멍 난 주머니 속의 동전처럼 / 그렇게 쉽게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일어날 일이 아닌 몇 년을 또는 평생을 두고 가꾸어 가야 하는 일인 것이지요.

 

희망은 가능한 것들에 대하여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작 희망이란 불가능 한 것에 대한 간절한 화살기도처럼 시작되는 것입니다.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꽃씨 한 톨을 척박한 대지에 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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