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0. 14. 14:07

 

소주 한 병이 공짜

 

임희구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돌아보면 유혹자는 항시 자기 자신

 

성경에 의하면 예수가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금식 기도를 끝마치고 악마에게 시험을 받을 때 그 첫 번째 시험은 먹는 것에 대한 유혹이었습니다. 악마가 예수에게 말합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

 

유혹, temptation은 사전에 굳이 ‘악마의 유혹’이라는 뜻을 첨부했지만 언제나 유혹은 그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 것으로 다가옵니다. 더구나 중독성 있는 것, 즉 술, 담배나 도박을 끊는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더 큰 치명적 유혹으로 돌아와 대부분 작심삼일의 결과를 초래하지요.

 

그러나 돌아보면 유혹자는 항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어떤 것에 대하여 절연의 강박이 자신을 온전히 그 피사체로 부터 해방시키지 못했던 것이지요. 필자는 금연을 한 지 2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누군가 금연에 대한 조언을 요구하면 금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면 그냥 피우라고 얘기합니다. 금연엔 노하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의지만 필요할 뿐.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뻔히 알면서 억지로 끊어내려 에너지를 소비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그저 “호락호락하게”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습니다. 지나치지만 말자, 자기역할에 지나치지 말고, 생활에 지나치지 말고.... 이렇게 쓰면서도 재미있는 시 한 편 읽으며 너무 많이 지나쳐 왔습니다.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정희성  (0) 2022.10.24
씨 房 / 장이엽  (0) 2022.10.21
거짓말 / 송찬호  (0) 2022.10.11
고추잠자리 / 윤강로  (1) 2022.09.30
과메기 / 윤병주  (0)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