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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과 현대문화

인성과 현대문화 제 8강 : 타자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9. 8. 17:57

 

 

 

 

 

인성과 현대문화 제 8강 : 타자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Ⅰ. 삶의 逆境

 

1) 현대사회는 무한경쟁의 사회 (Zero Sum Game)

 

1971년 L.C.더로의 《제로섬 사회》가 발간되면서 유명해졌으며, 무역수지의 내왕을 일종의 게임으로 볼 때 무역수지의 흑자국이 있으면 반드시 동액의 적자국이 존재하 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로섬 게임이란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 계가 영(零)이 되는 가상의 게임이다.

 

2)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나올까'를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선택을 한다. 죄수의 딜레마는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방법 을 선택하더라도, 서로 협력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모두에게 이익은커녕 자신에게도 불 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용어는 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메릴 플러드와 멜빈 드레셔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유래되었으며. 이후 프린스턴 대의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앨버트 터커가 심리학자들을 상대로 게임이론을 강연할 때 사용하면서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엇다. 3) 죄수의 딜레마 설명

경찰에 잡혀온 두 명의 용의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공범 관계로서 경찰은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심증만 가지고 있다. 경찰은 자백을 통해 이들의 범죄를 입증하고자 신문을 하는데 두 용의자를 함께 신문할 경우 눈빛을 교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서로 격리시킨 후 개별적으로 신문하게 된다. 취조실에서 경찰은 두 용의자에게 똑같이 제안한다. "당신이 아무리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1년 정도 감옥에 보낼 수 있어. 하지만 당신이 범행을 자백한다면 수사 협조에 대한 보 상으로 당신은 석방해 주고, 대신 묵비권을 행사한 다른 방에 있는 용의자는 가중처벌로 10년형을 받게 하겠어. 만약 너희 둘 모두가 자백한다면 정상을 참작하여 각각 5년형을 받게 될 거야."실제로 용의자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똑같이 묵비권을 행사하여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격리되어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고민에 빠진다.두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하여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 모두를 위해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자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상대가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자기가 자백을 하면 자신은 석방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다른 용의자가 자백을 하게 되면 자신은 가중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두 용의자는 모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만을 위해 최선'인 자백을 선택하고 만다. 서로 협력해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면 1년형으로 끝났을 텐데,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백함으로써 모두 5년형씩 받게 되어 결국 둘 다 불행해지고 마는 것이다.

 

 

Ⅱ. 삶의 역경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1. 협동과 협업정신 (cooperation, collaboration, union 2. 최소한의 이익 추구

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Who Moved My Cheese / 스펜서 존슨 ,2000

 

스니프:(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는 의미의 의성어): 생쥐 ⊃ 본능적 행동

스커리: (종종거리며 급히 달린다는 의미의 의태어) : 생쥐 ⊃ 본능적 행동

헴:(헛기침한다는 의미의 의성어): 인간 ⊃ 생각하는 존재

허:(점잔을 뺀다는 의미의 단어) : 인간 ⊃ 생각하는 존재

 

스니프와 스커리는 치즈를 찾기 위해 간단하기는 하지만 비능률적인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헴과 허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생각하고 과거의 경험을 살리는 능력에 의존했다. 생쥐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에 눌러 행동을 미루는 법이 없었다. 이처럼 생쥐에게는 문제와 해결책이 모두 간단했다

 

4. 해결방안

 

1. 자신의 주변을 간단하고 융통성 있게 유지하며 신속하게 행동하라.2.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두려움으로 자신을 혼동시키지 말라. 3.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서 큰 변화가 올 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제 8강 참고자료

 

연대보증이 '죄수의 딜레마' 불렀다 〈조선일보 2011년 4월 19일 B4면〉

 

 

우량 건설사로 꼽히던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란 최악으로 가게 된 결정적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연대보증'이

 

라는 족쇄에 묶여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유사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합니다. 어디서 만날까, 무엇을 먹을까 등 소소한 일상의 문제에서부터 CEO(최고경영자)의 경영전략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나올까'를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각자가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고 선택을 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죄수의 딜레마란 무엇이고, 건설회사의 연대보증이 왜 두 회사에 딜레마 상황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란

 

죄수의 딜레마는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서로 협력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모두에게 이익은커녕 자신에게도 불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상황을 일컫습니다. 이 용어는 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메릴 플러드와 멜빈 드레셔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후 프린스턴대의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앨버트 터커가 심리학자들을 상대로 게임이론을 강연할 때 사용하면서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습니다.죄수의 딜레마에는 경찰에 잡혀온 두 명의 용의자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공범 관계입니다. 경찰은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심증만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자백을 통해 이들의 범죄를 입증하고자 신문합니다. 그런데 두 용의자를 함께 신문할 경우 눈빛을 교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서로 격리시킨 후 개별적으로 신문하게 됩니다.

 

취조실에서 경찰은 두 용의자에게 똑같이 제안합니다. "당신이 아무리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1년 정도 감옥에 보낼 수 있어. 하지만 당신이 범행을 자백한다면 수사 협조에 대한 보상으로 당신은 석방해 주고, 대신 묵비권을 행사한 다른 방에 있는 용의자는 가중처벌로 10년형을 받게 하겠어. 만약 너희 둘 모두가 자백한다면 정상을 참작하여 각각 5년형을 받게 될 거야."실제로 용의자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똑같이 묵비권을 행사하여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 격리되어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고민에 빠집니다.두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하여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 모두를 위해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자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자기가 자백을 하면 자신은 석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다른 용의자가 자백을 하게 되면 자신은 가중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두 용의자는 모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만을 위해 최선'인 자백을 선택하고 맙니다. 서로 협력해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면 1년형으로 끝났을 텐데,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백함으로써 모두 5년형씩 받게 되어 결국 둘 다 불행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건설회사의 연대보증과 죄수의 딜레마

 

그렇다면 두 건설회사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어떻게 연대보증으로 인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졌는지 알아볼까요? 한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해당 부동산개발의 공사를 공동으로 맡은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시행사가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대신 갚아주기로 하는 지급보증 계약에 연대해 서명하였습니다. 이 연대보증 계약에 따르면 어느 한 쪽의 건설사가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다른 건설사가 모든 보증채무를 짊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행사가 채무불이행에 빠지자 빚보증을 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두 건설회사 중 한쪽이 먼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은행이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하던 중 다른 쪽도 법정관리를 신청해버렸습니다.법정관리가 확정되면 모든 채권과 채무가 동결되므로 당분간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기업이 경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채권은행단 주도로 회생을 도모하는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정관리는 채무를 동결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채무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반면, 채권도 동결되어 기업 경영을 사실상 곤란하게 하므로 회생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반면 워크아웃은 채권 금융기관 주도의 자율적인 협약에 의해 진행되는 기업개선작업으로,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과의 채권·채무만 동결됩니다. 따라서 비교적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며, 채권 금융기관과의 협상을 통해 자금 지원도 이루어질 수 있어 회생 속도가 법정관리에 비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이번 경우는 두 건설사가 각각 제 살 길을 찾아보니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선택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만약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각각 법원에 달려가는 대신 채권단인 은행들과 공동으로 협상했다면 채권자도 하도급업체도 손해를 줄일 수 있었고, 두 건설회사도 함께 정상화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상황만을 고려한 두 건설사의 선택은 결국 한쪽은 정상화, 다른 쪽은 법정관리 강행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현실 경제에서 죄수의 딜레마의 여러 사례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자연에서는 실제로 이와 같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많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판촉경쟁을 벌이는 경우, A기업이 광고를 확대하면 이 기업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광고를 하지 않은 경쟁사인 B기업은 고객이 줄어들 것이므로 A기업에 맞서 마찬가지로 대대적으로 광고를 할 것입니다. 결국 두 기업 모두 과대광고를 함으로써 이윤은커녕 오히려 손실을 보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는 경쟁적 군비 확충, 환경 오염물질 방출, 자원 남획 등의 경우에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라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죄수의 딜레마는 시장에 의해서 효율성 달성이 어렵게 되는 상황을 의미하는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사례입니다. 이때 정부는 협력하는 측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협력하지 않는 측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제주체들 간에 장기 협력적 관계를 유도하고 사회 후생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를 역이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컨대 담합을 자진 신고하는 기업에 과징금을 감면해 주는 이른바 '리니언시(leniency)' 제도를 이용하면 기업들을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몰고 가 담합이 깨지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제 8강 참고자료. 2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스펜서 존슨

 

스니프, 스커리, 헴 그리고 허

 

아주 먼 옛날 멀고 먼 곳에 두 마리의 생쥐와 두 명의 꼬마 인간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미로 속에서 맛있는 치즈를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했고, 풍요로운 생활에 젖어 있었다.

두 생쥐의 이름은 스니프(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는 의미의 의성어)와 스커리(종종거리며 급히 달린다는 의미의 의태어)였고, 두 꼬마인간은 헴(헛기침한다는 의미의 의성어)과 허(점잔을 뺀다는 의미의 단어)였다. 생쥐처럼 작지만 겉모습과 행동은 현재의 우리들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작아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들이 벌이는 놀라운 일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생쥐와 꼬마인간은 매일 미로 속에서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치즈를 찾아다녔다.

스니프와 스커리의 두뇌는 매우 단순했지만 그들의 직관력은 매우 훌륭했다. 그들은 다른 생쥐들처럼 조금씩 갉아먹기에 좋은 딱딱한 치즈를 좋아했다. 햄과 허는 대문자 'C'라는 이름의 치즈를 찾아다녔다. 그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성과 경험만이 녹아있는 삶의 동기였다. 두 꼬마인간은 이 치즈가 그들에게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다.

생쥐와 꼬마인간은 모든 면에서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매일 아침, 맛있는 치즈를 찾기 위해 미로 속을 뛰어나간다는 사실만큼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미로는 많은 복도와 맛 좋은 치즈가 있는 방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러나, 어두운 모퉁이와 막다른 길도 있었다. 누구든지 길을 잃고 헤매기 쉬운 곳이었다. 그러나 길을 발견하기만 하면 더없이 훌륭한 삶을 즐길 수 있는 비밀이 숨겨진 곳이기도 했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치즈를 찾기 위해 간단하기는 하지만 비능률적인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길을 따라 가다가 치즈가 없으면 방향을 바꾸어 다른 길로 갔다. 스니프가 발달된 후각을 사용하여 치즈가 있는 곳의 방향을 알아내면 스커리는 그곳을 향하여 앞장서서 달려갔다. 때때로 그들은 길을 잃기도 하고, 방향을 잘못 잡기도 하고, 심지어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두 꼬마인간 헴과 허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생각하고 과거의 경험을 살리는 능력에 의존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자신의 소신과 감정으로 인해 혼란에 빠질 때도 있었다. 결국 방법은 달랐지만, 어느날 그들 모두는 각자 좋아하는 치즈를 치즈창고 C에서 찾게 되었다.

 

그후 매일 아침 생쥐와 꼬마인간은 달리기에 적합한 옷을 입고 치즈창고 C로 향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 일은 그들의 일상이 되었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 항상 같은 길로 미로를 통과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생쥐들은 운동화를 벗어 끈으로 묶은 뒤 목에 걸었다. 필요할 때 재빨리 신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햄과 허도 처음에는 매일 아침 맛있는 치즈가 기다리는 C창고로 뛰어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뒤 그들의 생활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햄과 허는 조금 늦게 일어나 천천히 옷을 입고 C창고로 걸어갔다. 그들은 매일 아침 C창고에 도착해서 느긋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운동복은 아예 벽에 걸고 운동화는 아예 슬리퍼로 바꿔 신었다. 치즈를 발견한 뒤 그들은 편안한 생활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정말 좋아."

햄이 말했다.

"우리가 평생 먹고도 남을 만큼 치즈가 많잖아."

꼬마인간들은 마음 놓고 행복과 성공을 즐겼다. 햄과 허는 C창고에 있는 모든 치즈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고와 집이 너무 멀어서, 그들은 창고 근처로 집까지 옮겼다. 사회생활도 모두 창고 근처에서 해결했다. 보다 안락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글과 치즈그림으로 장식도 했다.

생활은 너무나 안정적이었고, 맛있는 치즈 또한 넘쳐나고 있었다.

 

치즈를 가진 자는 행복하다

 

가끔 햄과 허는 친구들을 치즈창고로 데리고 가서 자랑스레 치즈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좋은 치즈야, 그렇지 않나?"

때로는 맛좋은 '치즈'를 친구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했다.

"우리는 이 치즈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어. 이 치즈를 찾기 위해 열심히 일했거든."

햄은 신선한 치즈 한 덩어리를 떼어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그리고 늘 하던 것처럼 잠이 들었다. 매일 밤 두 사람은 치즈로 배를 가득 채우고 뒤뚱거리며 집에 돌아와 쉬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치즈를 더 먹기 위해 창고로 향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의 자신감은 어느새 오만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기분에 취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반면 스니프와 스커리는 시간이 흘러도 매일 하던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혹시 어제와 다른 변화가 생겼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고, 긁어보기도 하면서 창고 주위를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난 뒤에야 치즈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어느 날 아침, 그들이 C창고에 도착했을 때 창고엔 치즈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치즈의 재고량이 매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언젠가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마리의 생쥐는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맸다. 다시 새로운 창고를 찾아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라져버린 치즈

 

생쥐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에 눌러 행동을 미루는 법이 없었다. 이처럼 생쥐에게는 문제와 해결책이 모두 간단했다. C창고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 미로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리고 스니프가 코를 높이 들어 킁킁 냄새를 맡은 후 스커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스커리는 미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스니프는 전력을 다해 스커리를 따라갔다.

그들은 신속하게 새 치즈를 찾아나섰다.

 

그날 밤, 느지막한 시간에 햄과 허는 뒤뚱거리며 C창고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치즈가 보이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았던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웬일이야. 치즈가 사라졌어."

햄이 고함쳤다.

"치즈가 없다구, 치즈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려댔지만 허망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 치즈는 돌아오지 않았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마침내 그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시뻘게진 얼굴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선택

 

그들은 새로운 사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허는 치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머리만 흔들 따름이었다. 그 역시 C창고에 치즈가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는 충격으로 얼어붙어서 오랫동안 그 자리에 붙박혀 있었다. 그는 그의 삶에 더 이상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던 것이다.

햄이 계속 고함을 지르고 있었지만 허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들 꼬마인간이 보인 행동은 볼썽사납고 비생산적인 반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만한 성질의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치즈를 찾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스트레스였고, 또 이들에게 있어 '치즈'란 단순히 배를 불리는 양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치즈는 음식의 일종이지만, 꼬마인간들에게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치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영적인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허가 치즈에 걸고 있던 희망은 현재 자신의 삶, 즉 생활의 보장인 동시에 미래의 안정이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백향목길 옆에 아담한 통나무집을 짓고 오순도순 살고 싶은 꿈이었다. 햄의 경우엔 다른 사람들을 거느리는 중요한 인물이 되어 *카망베르 언덕에 큰 집을 짓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행복이 한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카망베르(Camembert) : 표면에 흰 곰팡이가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맛이 진하고 부드러운 치즈로 프랑스 치즈 중에서 최고 명품으로 손꼽힌다.

 

 

치즈가 소중할수록 그것을 꼭 붙잡아라

 

다음날 두 꼬마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치즈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C창고로 행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치즈는 그곳에 없었다. 그들은 망연자실한 채 굳어버린 동상처럼 움직임 없이 그곳에 서있었다. 허는 있는 힘을 다해 두 눈을 꼭 감고 손으로 귀를 막았다. 모든 것을 닫아버리고 싶었다.

그는 치즈의 재고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송두리째 없어졌다고 믿었다.

헴은 상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거대한 사고체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의 두뇌를 이용해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마침내 허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어디에 있지? 혹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헴이 비웃었다.

"그것들이 뭘 알겠어? 그것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단순히 반응하는 생쥐일 뿐이야. 우리는 꼬마인간이야. 그들과는 달라. 우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그리고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도 있고.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서는 안 돼. 만일 일어난다 해도 우리는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아야 해."

"왜 우리가 보상을 받아야 하지?"

허가 물었다.

우리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무슨 권리?"

"우리는 치즈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어."

"왜?"

"우리 때문에 치즈가 사라진 게 아니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치즈를 모조리 훔쳐간 거라구. 그러니 우리는 그에 따른 응분의 보상을 받아야 해."

 

"아니, 우리도 이제 새 치즈를 찾아나서야 해. 우리에겐 보상을 받을 자격도 권리도 없어. 치즈는 사라져버렸어. 더 이상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구."

허가 말했다.

"절대로 안 돼."

헴은 끝내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반대했다.

"나는 이 문제를 근본까지 파헤칠 거야."

헴과 허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스니프와 스커리는 이미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은 미로 깊숙이 들어가서 좁은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치즈가 있을 만한 창고를 찾아다녔다. 오직 새 치즈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이 그들을 인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마침내 N치즈창고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어마어마하게 쌓인 치즈덩어리들이 그들의 눈앞에 드러났다. 그들은 너무 좋아 비명을 질렀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마치 꿈결인 듯 창고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난생 처음보는 온갖 종류의 치즈가 그들을 반겼다.

 

 

스니프와 스커리가 감격에 젖어있는 동안, 아직도 헴과 허는 C창고에서 사태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현실적인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배고픔의 강도는 더해갔고, 마음에 좌절과 분노가 생겨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허는 이따금 스니프와 스커리가 새 치즈를 찾았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치즈를 찾아 힘들게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래지 지나지 않아 결국 찾아내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때때로 허는 스니프와 스커리가 새 치즈를 찾아내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갑자기 미로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신선한 치즈를 발견해 맛있게 먹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수록 C창고에 대한 미련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자."

허가 소리쳤다.

"싫어."

헴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이곳이 좋아, 편해. 다른 곳은 몰라. 다른 곳은 위험해"

"그렇지 않아.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를 생각해 봐. 바로 미로를 통해서였다구.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난 이제 너무 늙었어. 길을 잃고 헤매는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아. 너는 어때?"

그 말을 듣자 허의 마음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까지 그를 사로잡고 있던 새 치즈에 대한 희망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헴과 허는 여전히 C창고를 서성거리며 매일 치즈를 기다렸다. 헴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창고 안에는 없는 것 같아. 치즈는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야. 벽 뒤에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다음날 헴과 허는 연장을 가져왔다. 헴이 끌을 벽에 대고 허가 망치로 내려쳐서 창고 벽에 구멍을 만들었다. 힘들고 지쳤지만, 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더욱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벽에 뚫린 큰 구멍밖에 없었다.

허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우린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조만간 누군가가 다시 치즈를 제자리로 가져다 놓을 거야."

힘이 허를 달랬다.

허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치즈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미로 속으로

 

날이 갈수록 꼬마인간들은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인해 약해졌다. 허는 사태가 호전되리라는 기대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에 싫증이 났다. 그는 이내 사라진 치즈에 대해 집착하면 할수록 상황은 악화되기만 할 뿐 자신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치즈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불투명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한심했다.

내 말을 들어봐. 우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치즈는 이곳에 없어. 매일 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지. 텅 빈 창고에서 기약없는 미래를 기다리며 우리 자신을 속이고 있어."

 

허 역시 미로 속을 다시 달리고 싶지 않았다. 치즈가 어디에 있을지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고, 그 속에서 길을 잃을 위험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창고에서 만끽한 안락에 취해,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던 그들은 운동화마저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한참을 뒤져서야 그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시는 필요가 없을 것처럼 느껴졌던 운동복과 신발을 보자 허는 갑자기 목이 메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헴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설마 다시 미로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 사람들이 치즈를 가져다 놓을 때까지 나와 함께 기다리는 것이 어때?"

"너는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허가 말했다.

"아무도 우리가 먹던 치즈를 다시 갖다 놓지 않을 거야.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없어. 이제는 새 치즈를 찾아야 해."

헴이 대들었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도 치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만일 다른 곳에 있다 해도 우리가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거야?"

"나도 몰라."

 

허는 그때까지 수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질문을 무시하기로 했다.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새 치즈를 찾았을 때의 여러 가지 행복을 떠올리기로 했다. 포만감이 주는 안식과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그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우리 주위의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그대로 있길 원하지.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아. 그게 삶이 아닐까? 봐, 인생은 변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게 해야 돼."

 

허는 그의 쇠약해진 친구를 바라보며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헴은 두려움이 분노로 바뀌어 허가 하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허는 그의 친구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헴이 완강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기에 냉정히 그의 애원을 거절했다. 헴과 자신의 어리석었던 행동이 부끄러웠다. 왠지 모를 후련함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떠날 채비를 마치자 허는 더욱 힘이 솟았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어리석음을 웃어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미로로 떠날 시간이야."

 

헴은 허를 비난하며 대꾸조차 하지 않으려 들었다. 허는 작고 날카로운 조각을 들어 헴을 위해 늘 하던 대로 치즈 그림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벽에 썼다. 헴이 마음을 바꿔 새 치즈를 찾아나서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헴은 그것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허는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미로를 응시했다. 그는 어쩌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전까지는 미로 속에 더 이상 치즈가 없거나, 있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믿었다. 두려움이 그 자신을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만들고 무기력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허는 미소를 지었다.

 

헴은 아직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하는 어리석은 질문에 빠져 있지만, 허는 이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고자 한다. '왜 좀더 일찍 자리를 박차고 나서지 못했는가?' 하는 후회를 마음속에 품고서.

 

허는 미로를 행해 출발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있을 때 느꼈던 평온함이 떠올랐다. 한동안 굶주림에 떨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 친근한 곳이 여전히 자신의 발목을 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허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정말 미로 속으로 가고 싶은지 한 번 더 고민해 보았다. 그가 예전에 써놓았던 글귀가 시야에 들어왔다.

 

두려움을 없앤다면 성공의 길은 반드시 열린다

 

두려움의 극복

그는 생각해 보았다.

 

두려움이 때때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 자신도 익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두려움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허는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다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는 깊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미로를 향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달려나갔다. 그는 길을 찾으며 C창고에서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치즈를 못 먹어서 몸이 약해진 것을 느꼈다. 미로 속을 달리는 데 예전보다 더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는 만약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변화에 따르리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면 일이 더 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치즈도 없는 창고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낫지."

 

출발 후 며칠 동안 허는 여기저기에서 약간의 치즈를 발견했지만 치즈는 곧 떨어졌다. 허는 헴이 용기를 내어 미로로 나올 만큼 충분한 양의 치즈를 발견할 수 없었다. 허 자신도 아직 확신이 없었다. 미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는 까닭이었다.

 

지난번 미로 속을 다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변화가 보였다. 조금 앞으로 나아갔나 싶어 둘러보면 막다른 곳이었다.

 

여기저기 가로놓인 장애물들이 그의 앞을 막아서기도 했다. 앙금처럼 남은 두려움이 때때로 당혹감을 느끼게 했지만, 치즈를 찾아서 미로 속을 다니는 것이 전에 걱정했던 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 치즈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과연 실제적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허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새 치즈에 대한 기대를 통해 자신을 독려했다. 참고 견딘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지금, 필요한 것은 행동뿐이었다.

 

그는 스니프와 스커리가 할 수 있으면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안락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치즈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었다. 치즈의 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남아있는 치즈는 오래되어 맛이 변해가고 있었다.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치즈는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피어 냄새가 났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도, 허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견된 결과는 나타나기 마련이야. 스니프와 스커리는 변화를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가 C창고라는 벽에 갇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벽에 글을 썼다.

 

치즈 냄새를 자주 맡아보면 치즈가 상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을 헤맨 끝에 마침내 허는 큰 창고에 도착하게 되었다. 규모로 보아 맛있고 싱싱한 치즈가 가득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실망스럽게도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될수록 그에 비례해 허의 의욕도 떨어져갔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그를 유혹했다.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헴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자신이 써놓았던 글귀가 떠올랐다.

 

"두렵지 않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두려움은 커다란 무게로 그를 위협해 왔다. 매우 빈번하게…….

 

어떤 때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조차 몰랐지만, 홀로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허약해진 몸과 마음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알 수 없는 공포를 자아내는 두려움의 실체는 그의 마음속에 숨겨진 딜레마였다.

 

허는 아직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변화'를 향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새 치즈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모험의 즐거움

 

어두운 통로를 내다보니 또 다시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저 앞에 무엇이 있을까? 텅 빈 공간일까? 아니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듲ㄴ 종류의 골포가 그의 상상을 자극했다.

 

허는 잔뜩 몸을 웅크리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두려움에 짓눌려 있던 자신감이 살아났다. 그는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였다. 어두운 복도로 뛰어내려가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허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영혼을 튼튼하게 만드는 자양분을 발견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허는 점점 기분이 유쾌해졌다.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나는 치즈도 없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그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친구를 위해 기꺼이 글을 남겼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움직이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시원한 미풍이 미로 저쪽에서 불어왔다. 신선한 바람이었다. 두려움을 떨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겼다. 가슴 가득 기쁨이 넘쳤다. 허는 참으로 오랜만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기쁨이 이제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는 마음속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리면서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산더미처럼 쌓인 치즈, 헤엄을 치듯 치즈 속을 누비는 자신의 모습, 상큼한 치즈향이 코끝에서 느껴졌다.

 

허는 구체화된 그림을 꼭 실현하고 싶다는 의욕을 되새겼다. 그러자 그 치즈 창고를 다음 공간 혹은 다음 통로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 솟구쳤다.

 

새로운 치즈를 마음속으로 그리면 치즈가 더 가까워진다.

 

'왜 전에는 이렇게 해 보지 않았을까?'

 

허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는 힘을 내어 경쾌하게 미로 속을 달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치즈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치즈 몇 조각이 입구에 있는 것을 보고 허는 흥분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창고는 비어 있었다. 누군가 이미 그곳에 와서 새 치즈 몇 조각만 남겨놓고 떠난 것이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엄청난 양의 새 치즈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즈는 부지런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인 거야.'

 

허는 후회를 접고 혹시 헴이 이제 자신과 함께 떠날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온 길을 되짚어 가다가 멈춰 서서 벽에 글을 썼다.

 

사라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빨리 찾을 수 있다.

치즈를 찾아서

 

 

잠시 후 허는 C창고로 돌아가 헴을 만났다.

 

그는 헴에게 새 치즈 몇 조각을 주었지만 헴은 거절했다.

 

"나는 새 치즈를 좋아하지 않아. 그건 내가 먹던 치즈가 아니야. 전에 먹던 치즈가 먹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치즈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거야."

 

허는 실망해서 고개를 흔들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이제 그는 C창고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다.

그는 친구가 그리웠지만, 서로가 가고자 하는 길은 너무도 달랐다.

허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왜냐하면 그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기에…….

그는 가능하다면 많은 치즈를 소유하고 싶었지만, 치즈가 행복의 절대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느낀 행복의 순간은 두려움에 압도되어 있지 않을 때였다.

점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새 치즈를 향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친구를 만나 우울했던 기분이 사라져버렸다. 허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성취감과 새로운 방향으로 전진하면서 느껴지는 흥분에 자신을 맡기기로 했다. 이제 원하는 것을 찾는 일은 오직 시간문제였다. 그의 입구에 잔잔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자신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상황이 상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이 그를 더욱 자유롭게 했다. 불리한 상황보다 그의 마음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라난 두려움이 치즈를 찾아가는 길에 장애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빈 창고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미로 속에서 찾아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과거의 사고방식은 우리를 치즈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허는 아직 치즈창고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미로 속을 달리며 그동안 배운 것을 정리해 보았다.

 

허는 이제 더 이상 치즈가 없는 빈 창고에 연연하지 않는다. 치즈가 사라지 이유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행동을 취하는 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변화가 우리에게 낯설다는 이유로 변화 자체를 거부한다. 또 변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위험하다는 핑계를 대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게 되고 이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려있다. 허는 험난한 여정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하나하나 깨우쳐가고 있는 것이다.

 

새 치즈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행동의 방향을 바꾸라.

 

그는 자신이 변화를 민첩하게 받아들이고 좀 더 일찍 출발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랬더라면 튼튼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보다 빨리 새 치즈창고에 도착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미리 변화를 예상하고 대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이르다는 말처럼 허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변화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계속 불평만 하고, 자신을 구해줄 구세주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굶주림과 패배의식에 젖은 생활이 피곤에 찌든 우리의 일상을 갉아먹기만 할 뿐, 허는 전에 가본 적이 없는 곳을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면 큰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여러 곳에 글을 써 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헴이 C창고를 떠나기로 작정한다면, 그 글을 따라서 쉽게 찾아올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한 가지 바램은 자신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이었다.

 

이제 허는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고 미래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힘이 그를 더욱 빠른 속도로 달리게 했다.

 

마침내 허는 자신의 영혼이 쉴 만한 쉼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로 속을 영원히 헤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여행이 ―적어도 이번 여행이― 신속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허는 N창고에서 새 치즈를 발견했다.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허는 눈앞의 현실이 꿈처럼 여겨졌다. 그토록 마음속으로 상상하던 그림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인 치즈더미들, 빼곡이 들어찬 치즈조각들은 갖가지 향기로 허를 유혹했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이름 모를 치즈에서부터 그가 즐기던 치즈까지 모든 종류가 그득히 쌓여 있었다.

 

그 치즈더미 사이로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옛 친구 스니프와 스커리였다. 스니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를 반가워했고 스커리도 앞발을 흔들어 보였다. 그들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배를 보고 꽤 오래 전에 그들이 이곳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는 반갑게 인사를 마치고, 그가 좋아하는 치즈를 조금씩 맛보았다. 상상이 현실로 바뀌었음을 확인하고는 운동복과 신발을 벗어서 찾기 쉬운 곳에 두었다. 그리고 나서 치즈 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그는 배가 가득 찰 때까지 마음껏 먹고 신선한 치즈를 높이 들어 건배했다.

 

"치즈 만세."

 

벽에 쓴 글

 

 

허는 치즈를 먹으며 그동안 배운 것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그가 변화를 두려워했을 때에는 없어져버린 치즈에 대한 집착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자신을 변화시켰을까?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을까? '그것도 약간의 도움이 되었겠지.' 그리고 그는 웃었다. 허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웃어넘기기 시작했을 때 자신도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웃을 줄 아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자유롭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허는 그의 생쥐 친구들, 스니프와 스커리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들이 사는 방식은 간단했다. 그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거나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다. 상황이 바뀌어 치즈가 없어지면 그들 자신도 변화하여 치즈를 따라갔다. 그것은 허가 기억해야 할 교훈이었다. 그리고 허는 그 모든 일을 생쥐보다 더 잘하기 위해 자신의 명석한 두뇌를 사용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두 친구들의 교훈을 토대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적어보았다.

 

첫째, 자신의 주변을 간단하고 융통성 있게 유지하며 신속하게 행동하라.

둘째,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두려움으로 자신을 혼동시키지 말라.

셋째, 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서 큰 변화가 올 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새 치즈의 맛

 

허는 변화에 대한 감지 속도가 늦을수록 타격이 크다는 사실을, 또 과거에 집착하고 미련을 두는 것은 또 다른 변화에 알아차릴 수 없는 과오를 남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방해물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으며 자신이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다른 것도 변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허가 깨달았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새 치즈가 항상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이다. 약간의 두려움은 우리가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했지만, 허가 지금까지 느꼈던 대부분의 두려움은 근거없는 두려움이었고 그가 변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허는 처음에는 변화를 거부했지만, 그 변화는 축복으로 바뀌어 허를 새 치즈가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된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허는 그가 깨달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그의 친구 헴을 떠올렸다.

 

'혹시 헴이 이제 모든 불안을 떨쳐버리고 새 치즈를 찾아나서지 않았을까? 혹시 그가 미로 속에서 이미 새 치즈를 먹고 있지는 않을까?'

 

허는 C창고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곳에서 헴을 만나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헴을 만난다면, 그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전에도 해본 적이 있었다.

 

헴이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일한 생활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야만 한다. 그 자신의 인생은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가 없다.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그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지만,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적어도 변화하려는 노력의 여지가 없는 한…….

 

만일 헴이 벽에 쓴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이곳에 오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허는 미로를 향해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적었다.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

 

변화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변화를 예상하라.

치즈가 오래된 것인지 항상 냄새를 맡아보라.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라.

사라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다.

 

자신도 변해야 한다.

치즈와 함께 움직여라.

 

변화를 즐기라.

모험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와 새 치즈의 맛을 즐겨라.

 

신속히 변화를 준비하고 그 변화를 즐기라.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허는 헴과 함께 지내던 C창고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지만,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언제 어느 때 옛날의 비참한 생활로 되돌아가게 될지 모른다는 변수를 잊지 않았다. 그는 매일 아침 N창고를 둘러보고 치즈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는 다시는 예상치 못한 변화에 습격을 당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창고에 치즈가 충분히 있었지만, 허는 가끔 새로운 곳에 가서 변화의 조짐을 살피곤 했다.

 

그는 이제 익숙한 것과 남들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편안한 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삶을 사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까닭이다.

 

버로 그때 허는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분명, 미로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누군가 이 미지의 세상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허는 전에 그랬던 것처럼 잠시 기도하고 간절히 바랐다.

 

어쩌면, 결국, 혹시 헴이…….

 

토론

 

그날 저녁

 

마이클이 이야기를 마쳤을 때 방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잠시 후 우리는 흐뭇한 미소를 나누며, 마이클에게 많은 감명을 받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네이단이 우리들에게 물었다.

 

"우리 다시 모여서 이 이야기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보는 것은 어때?"

 

우리는 만장일치로 네이단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호텔 라운지에 모여 미로 속에서 치즈를 찾아헤매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안젤라가 친근한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물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우리는 어떤 형에 속할까? 스니프, 스커리, 헴 아니면 허?"

 

카롤로스가 대답했다.

 

"나도 오늘 하루 종일 그것에 대해 고민했어. 스포츠용품 사업을 구상하기 전의 상황이 떠오르더군. 그땐 꽤 어려웠었거든. 난 스니프처럼 변화를 빨리 알아차리지도 못했고, 스커리처럼 신속하게 행동하지도 못했어. 낯익은 세상 속에 머물러 있고자 하는 헴에 가까웠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도 몰랐고, 변화 자체가 두려웠어."

 

학생시절 칼롤로스와 친하게 지내던 마이클이 반문했다.

 

"무슨 얘기야?"

 

카롤로스가 대답했다.

 

"갑자기 직업을 바꿔야 했어."

 

마이클이 웃었다.

 

"해고당했니?"

 

 

"그래. 새 치즈를 찾아 나서고 싶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왜 내게 그런 변화가 생겨야 하는지. 그 자체를 인정할 수가 없어서 무척 화가 났었어."

 

졸업 후 군대에 입대했던 프랭크가 말문을 열었다.

 

"군대라는 조직은 명령체계가 확실하지. 무슨 일이든 위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그대로 따라야 해. 새 치즈를 확실하게 제시하는 조직이지.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던 중에 헴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친구가 하나 떠올랐어. 그는 자신이 소속된 부서가 폐쇄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어. 다른 사람들은 소속 부서를 옮겨다니며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했어. 나는 그에게 중대 내의 다른 부서에 대해 좋은 점들을 설명하며 남아있기를 권했지만, 그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끝내 다른 부서로 밀려나버리고 말았지."

 

잠자코 있던 제시카가 말했다.

 

"나는 내게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지 않았지만, 내 치즈가 사라진 것은 한 번이 아니었어."

 

모두들 웃었지만, 네이단은 웃지 않았다.

 

"아마 그것이 문제의 핵심일 거야.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어. 우리 가족이 치즈이야기를 좀 더 일찍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세대가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큰 변화가 닥쳐왔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어. 이제는 너무 늦었어. 벌써 몇 개의 상점이 폐업 신고를 했어."

 

그의 이야기에 모두들 놀라워했다. 동창들 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 손꼽히는 네이단이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되었지?"

 

제시카가 물었다.

 

"엄청난 재고를 쌓아놓고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초대형 할인매장이 우리 마을에 들어오는 바람에, 우리 소형 상점의 매출은 형편없이 떨어지게 되었지. 우린 그들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어.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헴'의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었던 거야.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하루하루를 소비했고, 그 시간만큼 우리는 출혈을 해야 했어. 만일 치즈이야기를 빨리 들었더라면, '허'의 교훈을 통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 거야."

 

여성 기업인으로 성공한 로라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오후 내내 치즈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나 역시 변화에 촉수를 세우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아직은 미숙한 점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어. 나도 허처럼 내 자신의 어리석음을 웃어넘기고 스스로 변화되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우리 중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보면 어때?"

단 한 사람만이 손을 들었다.

 

 

"정직한 사람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구나."

로라가 계속 말했다.

"그럼, 질문을 이렇게 바꾸는 게 좋겠다. 다른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봐."

 

이번에는 모두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함께 웃었다.

 

"어떻게 생각해?"

"우리들은 자신이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네이단이 대답했다. 마이클도 시인했다.

 

"우리는 자신이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사실 자체도 깨닫지 못할 때가 있어. 나 역시 그랬어. 치즈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질문은 '만일 내가 두렵지 않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였어."

제시카가 거들었다.

 

"내가 치즈이야기에서 느낀 점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변화는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이야. 내 경험을 얘기해 볼게. 몇 년 전 우리 출판사는 백과사전을 기획해서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어. 그런데 한 직원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지. 백과사전의 내용을 한 장의 CD(콤팩트 디스크)에 담아 싼 가격에 파는 것이 어떠냐는 거였어. 그렇게 하면 제작비용도 크게 절감되고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 분명했지. 그런데 우리 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

프랭크도 한마디 거들었다.

 

"카롤로스가 말한 것이 바로 내가 치즈이야기에서 얻은 교훈이야. 나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불필요한 고민들을 첨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였지. 현실에 집착하며,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미리부터 걱정하고, 소심해지고……. 허 역시 처음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지만 자신의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웃어넘겨 버린 후에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잖아. 나도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변화의 바람에 나를 맡겨볼 거야."

 

전형적인 회의주의자인 리차드가 말했다.

 

"나는 하루 24시간 동안 온종일 문제에 매달려야 했어. 정말 재미없는 일이었어.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빠져나갈 수 없는 생활이었어. 그러다가 치즈이야기를 듣고 나도 허처럼 마음속에 치즈를 그려보기로 했어.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마음속에 또렷하고 생생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뒤부터 우리 사업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어."

 

"와, 대단한데?"

안젤라가 말했다.

 

"치즈이야기 중에서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부분은 허가 두려움을 떨쳐내고 마음속에 치즈를 그렸다는 대목이었어. 구체화된 치즈를 찾아 미로 속을 달리는 허의 즐거운 모험이 피부에 와닿았다고나 할까. 결국 허는 더 좋은 치즈를 얻게 되었지. 나도 이젠 할 수 없다고 미뤄두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해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