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풍경 너머에 또 하나의 풍경은
눈물 걸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봄날 아스라이
한 마장쯤 걸어 들어가도 아늑할 그 품 속
손을 넣으면 완강한 벽 하나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휠체어에 몸을 기대어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노인이
휠체어에 앉은 노파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어머니, 이제 돌아가셔야 해요
날마다 아버지께 어머니 빨리 데려가시라고 기도해요
어머니도 아픈 것은 싫잖아요
이제는 나을 희망도 없는데
어머니 그만 돌아가셔야지요
풍경이 흔들릴 때마다
세월의 얼룩 같은
빛바랜 무늬들이
노파의 동공 속으로 나비짓하며 날아드는 것을
꿈꾸듯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