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눈물이 시킨 일 2011

이방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7. 26. 14:02

 

 

이방인

 

못을 친다

다 흘러가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남은 이름이라도 걸어두려는지

못을 칠 때 마다 울음이 쿵쾅거린다

아직 견고하게 남은 벽이

그렇지 않으면 자꾸 뭉툭해져 튀어오르는 못이

일으키는 시퍼런 안광

새들의 지저귐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꽃들이 개화하는 고통을 듣지도 못하면서

막차를 타고 도착한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이 떠들었던 것은 아니었는가

저기 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는 노숙자에게

베개나 삼으라고

잠시 언 손 녹여줄 불쏘시개나 하라고

그도 저도 아니면 밑씻개라도 하라고

못질 자국 선연한 손 대신 내미는

때 묻은 시집

생애만큼 가볍고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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