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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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지도책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7. 23. 00:49

 

지도책

 

 

땅거미 지는데

어머니, 지도책 달라신다

길 눈이 어두워져

집으로 오는 길 죄다 잊어버리는데

개미꼬리만한 지명들을

밝게도 짚으신다

 

어디 가시게요 묻는 내가 어리석어

멋쩍게 고개 돌리면

어머니는 저만큼 세월 속에 묻혀버린

마을을 향해 등 굽은 뒷모습을

팽팽해진 활시위에 얹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길을

마음으로 열어 나가시는지

자주 눈시울을 닦아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읽어나가듯

지도책을 한 장씩 넘겨갈 때 마다

 

이 나이에

고아가 된다는 것이 문득문득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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