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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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내 생각

시의 정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6. 24. 20:03

요즈음 시 쓰기도 힘들고 시 읽기도 힘들다. 귀한 모국어에 대한 학대는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별 볼 일 없으면서도 침소봉대 하는 것은 아닌 지 생각이 많아서이다. 오늘 경주의 권상진 시인의 블로그에 놀러 갔다가 아래 글을 만났다. 스스로 가짜시인이라고 칭하는데, 시의 요의를 짚어낸 안목은 압권이 아닐 수 없다.

다 같이 읽어 봅시다!

저수지

 

                손순미

 

 

   저렇게 무거운 남자를 떠받치고 있었다니! 고작해야 똥방개, 소금쟁이, 개구리밥이나 띄우고 바람의 물결이나 만들어내던 저수지가, 돌멩이를 아무리 던져도 싱겁게 웃기만 하던 저수지가 천하장사보다 센 힘으로 익사체를 힘껏 떠받치고 있다 익사자는 자신의 마지막을 아내보다 사장보다 저수지에다 심경을 고백했을 것이다 익사자의 와이셔츠는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봄은 오도 가도 못하는데 오늘 저수지의 책임은 저 와이셔츠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햇살이 달려오고 경찰이 달려오고 와이셔츠의 죽음은 운반되었다 그제야 힘을 뺀 저수지가 모처럼 헐렁한 잠에 빠졌다.

 

 

 

♥가짜시인의 단상

 

'저수지 수면 위에 남자 익사자가 떠있다'

 

누가 시를 경제적인 장르라 했는가. 시인은 오히려 수다쟁이라고 봐야한다.

한 줄의 시행으로 요약 될 일을 저렇게 길게 늘여 놓는다.

하지만 전혀 수다스럽지 않다. 다음 문장이 궁금하고 연신 '그래서?'를 연발하게 된다.

그리고 시행과 시행 사이에 남겨진 공간을 내(독자) 스스로 채워가고 있다.

하고싶은 말을 직서로만 끌고가는시

중언부언 할 말 다하는 시

맞는 말이지만 이웃집 아줌마 수다처럼 흔하거나 금새 질려 버리는 시

한 번 읽고 그냥 덮게 되는 시

이런 시를 쓰지 않는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써놓고 3초 후의 내 시는 항상 수준미달이다. 겨우 3초만에...

오명선 시인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내 맘에 드는 시를 만났다.

요즘 흔치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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