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벽화. 4 / 나호열
이상하다
손에 온기가 남아 있다
누군가가 잡아주었던 향기
이상하다
모래 부서져내리는 가슴에
밤 길잡이 별이 달려 있다
이상하다
오래 전에 떠나왔던 나의 방에
누군가가 다녀갔다
선지자들은 왜 벽에 대고 기도를 했을까
잡을 수 없는 이데아는 등 뒤의 햇살
저 너머에 있고
벽에 너울대는 제 그림자를 그토록 지우려 애썼을까
나는 벽에다 인사를 한다
안녕, 나는 오랫동안 슬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안녕, 만난 적이 없는데 왜 수없이 작별해야 하는가
안녕, 잡을 수 없는 벽이 손을 내민다
안녕, 나는 벽에 등을 기댄다
벽 속에서 길이 열리고 다시 눈이 내린다
벽 속에 문이 있다
안녕, 나는 벽 앞에 무릎을 꿇는다
가장 낮은 자세로 두 손을 올린다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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