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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전등을 신봉하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7. 16. 23:06

 

전등을 신봉하다  / 나호열

 

 

반짝거리는 별이 아름다운 것은
그 별이 전등이 아니기 때문
수없이 깜박거리는 내 눈을 용서하는 것은
그 눈을 내가 볼 수 없기 때문
별이 아닌 전등이 깜박거리는 것을 용서하지 못해
기어코 전등 갓을 뜯어내자 
틈새로 들어가 죽은 수많은 날벌레들
가볍게 허공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은
빛들 사이에 마침표처럼 산화했기 때문
육탈한 문장의 거룩함 때문
내가 별을 우러르는 것은
별빛으로 신문을 읽지 않기 때문
별빛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편하기 때문
그런데 발로 밟듯이 머리 위에 군림한 전등이
잠시도 깜박거리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는
누가 나를 통째로 갈아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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