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혼자 중얼거리다

사소한 감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3. 3. 18:23

언제부터인가 토요일부터 휴일내내 거의 내 휴대전화는 잠잠하다.

우스개소리로 나이가 들어 이 세상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탓이라고 주절대기도 한다.

또 언제부터인가 전화기에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가 뜨게 되면 일부러 받지 않기도 한다.

대출을 해준다니 반갑기도 하지만 없이 사는 형편을 들킨 것 같아 기분이 언잖아 지기도 하고

얼마나 만만해 보였는지 검찰청 운운하면서 가소롭게 협박하는 목소리도 듣게 되니 말이다.

토요일 저녁 아내는 지인의 결혼식에 가고, 무료하게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차에 전화가 왔다.

모르는 전화번호! 에라 하번 그냥 받아보자 휴일인데 대출업자도, 보이스피싱 하는 놈들도 오늘은 쉬겠지...

 

여보세요( 한껏 목소리를 내려 깐다)..

아..나호열 선생님 전화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목소리를 조금 부드럽게)

 

그는 오정국 시인이다. <<시와 표현>> 봄호에 그의 시집 <<파묻힌 얼굴>>의 서평을 썼다.

<<시와 표현>>의 박무응 시인의 부탁으로 겨우내내 그의 시집을 읽었다. 그리고 서평을 완성해서 잡지사로 보냈다.

책이 나왔고.. 그러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일면식이 없는 시인의 시를 함부로 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 같은 것

 

오정국 시인이 말했다. 고맙다는 말씀. 우연히 나의 글을 읽었다는 말씀..

그는 해미 가는 길 한서대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인 시인이다.

정중하고 진심이 우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러하지 못하였다.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시간을 내어준 분들에게 감사의 한마디 말을 전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미워하는 사람은 머리 속에 가득하고

내게 따뜻한 격려와 배려를 베풀어준 사람들을 기억하지 않는 아둔함이라니!

 

오늘의 공부는 이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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