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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0. 8. 22:54

제주 지질공원 명소 수월봉 트레킹

기사입력 2011-09-30 03:00:00 기사수정 2011-09-30 03:06:06
《이 가을 제주도를 찾을 두 가지 이유가 생겼다. 10월 1일 개막되는 ‘지질공원 명소 트레킹’(15일까지)과 서귀포 칠십리축제(3일까지)다. 지질공원 명소트레킹(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일대)은 특별하다. 이제껏 이해하기 어려웠던 화산섬 한라산의 형성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지질답사 형태의 걷기다. 게다가 천연기념물이어서 갈 수 없던 오름 섬, 차귀도에 들어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직접 만나는 호사도 누린다. 차귀도 개방은 이번이 처음. 올해 17회를 맞은 서귀포 칠십리축제(10월 1∼3일·서귀포 詩공원 일대)는 천지연폭포와 미항 서귀포, 최근 서귀포의 새 관광 아이콘으로 등장한 새연교(새섬과 서귀포항을 잇는 다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에코푸드와 마(馬)테마 페스티벌 등 4개 지역축제도 함께 열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늘었다.》

160만 년 전. 인류는 드디어 두 발로 서서 똑바로 걷기 시작했다. 호모에렉투스의 출현이다. 제주도가 형성된 건 그즈음(180만 년 전)이다. 지표면을 뚫고 올라온 마그마가 당시 얕은 바다였던 이곳을 뒤덮었다. ‘서귀포층’(제주 섬 바닥지층) 형성기다. 그 후 100만 년이 흘렀다. 격렬한 화산활동이 시작됐다. 끊임없이 마그마가 분출됐고 거대한 용암대지가 형성됐다. 마그마가 그 위로 쌓이면서 지형은 점점 방패 모양으로 변했다. 이게 한라산이다. 지금으로부터 55만 년 전 현재 모습을 형성한 이 극적인 이벤트. 이 즈음 충북 청원군 강외면 만수리(전기구석기시대 유적지)에는 원시인류가 살고 있었다.

바람의 언덕, 수월봉의 엉알길

제주가 섬이 된 건 극히 최근 일이다. 1만 년 전 지구 마지막 빙하기 때 사건인데 녹은 물로 수면이 100m 이상 높아졌기 때문이다. 화산활동으로 수월봉(해발 77m)이 생긴 것은 섬이 되기 직전 제주가 대륙의 일부였던 시절. 1만8000년 전이다. 당시는 아프리카대륙에서 태어난 현생인류가 대륙을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 이동할 즈음. 바로 그때다. 수월봉과 차귀도를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의 중심에서 거대한 지하폭발이 일어났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가 물과 만난 것인데 상황은 뻔하다. 순간 고압의 수증기가 발생했고 그 힘에 지각은 갈라졌다. 그 틈으로 가스와 수증기가 화산재 용암 바위와 더불어 쏟아져 나왔다. 수성화산(水性火山) 활동이다.

화산가스에 고압 수증기까지 더해졌으니 폭발력이 강했을 것임은 불문가지. 거기 실려 쏟아진 지하광물질도 엄청났다. 화산재(2mm 이하의 먼지)와 화산탄(2∼64mm의 돌덩이), 암석쪼가리 등등(이걸 화산쇄설물이라고 부른다)…. 폭발로 유발된 강력한 화산폭풍이 지상을 휩쓸었다. 그건 단순한 강풍이 아니었다.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다양한 화산쇄설물을 총알과 폭탄처럼 쏘아댄 ‘화쇄난류(火碎亂流)’였다.

수월봉은 그 화쇄난류의 결과물이다. 강풍에 실려 날아온 다양한 화산쇄설물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오름(소화산체)의 한 형태다. 수월봉 엉알(절벽해안)을 직접 트레킹하기 전, 기억해 둘 게 있다. 수월봉에는 분화구가 없다. 분화구 주변에 형성된 구릉-학술용어로 ‘응회환’(응회는 화산재가 굳은 것, 환은 동그라미)이라고 부르는-지형이다. 실제 분화지점은 수월봉 앞 해저다. 이번에 지질공원 명소 트레킹 장소로 선정된 ‘엉알’(수월봉 해안절벽)은 화산쇄설물로 형성된 응회환이 오랜 침식으로 노출된 곳이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지난해 세계지질공원(Geopark) 네트워크에 정식 가입해 인증서(2014년 시한)를 받았다. 다양한 화산지형과 지질자원이 그 핵심이다. 지질공원에는 한라산과 수월봉을 비롯해 산방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천지연폭포 대포주상절리대 등 아홉 곳이 명시됐다. 수월봉은 해안절벽을 통해 화산쇄설암층의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를 잘 관찰할 수 있는 ‘화산 교과서’라는 점 덕분에 포함됐다. 한편 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제주도는 세계유산 및 생물권보전지역까지 포함해 ‘유네스코 3관왕’에 등극했다.

무인도 차귀도 30여년 만에 개방

수월봉 아래 엉알(절벽)해변. 이부자리를 차곡차곡 쌓은 듯한 절벽의 판상층리는 화산 폭발 직후 불어닥친 화쇄난류가 형성한 구조물로 1만9000년 전 폭발 상황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지질공원 명소 트레킹에 참여하면 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수월봉 절벽해안의 ‘엉알길’을 최근 안웅산(지질학·제주돌문화공원) 김완병(생태학·민속자연사박물관) 두 박사와 함께 답사했다. 출발지는 고산리 마을(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855). 마침 썰물로 해안의 검은 모래와 현무암 검은 돌이 모두 드러나 주변 차귀도와 더불어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엉알길은 걷기가 쉽지 않다. 줄곧 돌무더기를 딛고 다녀야 해서다. 하지만 그 재미는 쏠쏠하다. 세계지질공원에서 ‘화산교과서’로 인정받은 절벽의 희한한 화산쇄설물 층리(層理) 단면을 감상할 수 있어서다. 이와 더불어 그 기하학적 구조의 절벽 면이 차귀도와 함께 어울리는 바다 풍경도 기막히다.

트레킹 코스는 고산리 마을(해녀의 집)에서 시작해 자구내포구까지 3km가량 이어진다. ‘바람의 언덕’은 엉알길의 중간쯤, 차귀도와 자구내포구가 보일 즈음 지나는 곳. 시원한 바람이 그만이다. 트레킹은 고산리 주민들이 직접 지질해설사로 나서서 이끈다. 소요시간은 세 시간가량. 자구내포구에서 차귀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은 제주도 여행 중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멋진 풍광이니 놓치지 않도록.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상륙이 금지돼 자연 상태로 되돌아간 천연섬 차귀도. 바다 건너 멀리 오른쪽으로 당산봉과 그 아래 자구내포구가 보인다. 세계지질공원 인증 1주년을 맞아 10월 1일 부터 보름간 펼쳐지는 ‘지질명소 트레킹’에 참가(1만 원)하면 이곳을 직접 걸어 볼 수 있다.

이튿날은 차귀도를 찾았다. 자구내포구에서 섬까지는 1km. 낚싯배로 10분가량 걸렸다. 섬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 출입이 금지됐다. 유일한 예외라면 낚시. 그날도 섬 주변 갯바위에는 수십 명의 조사가 낚시에 여념 없었다. 며칠 후 열릴 낚시대회에서 좋은 포인트를 찾기 위한 사전 조어였다. 차귀도는 30여 년째 무인도. 한때 다섯 가구가 살았는데 당시 경제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술 생각이 나면 포구의 술집에 술과 안주를 주문해 섬에서 먹었을 정도로.

차귀도는 오름 세 개로 형성된 섬이다. 나루에서 가파른 등성을 타고 올라선 섬. 하얀 무인등대, 돌벽만 남은 폐가와 우물터가 유일한 인적일 뿐 그 어떤 인공의 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섬은 전체가 무릎 키의 풀로 덮였다. 이 덕분에 온통 초록빛이다. 파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그 청초함이 돋보였다. 길은 풀섶에 가려 희미한 흔적뿐. 자세히 보니 섬의 세 끝을 잇고 있었다. 한 끝에 섰다. 신창면 용수마을의 풍차(풍력발전기), 자구내포구, 수월봉과 엉알, 인근 당산봉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섬에 있는 동안 내내 데자뷔(어디서 본 듯한 경치)가 어른거렸다. 어딜까. 그렇지. 모아이상(像)이 있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라파누이(이스터 섬)였다. 크기만 다를 뿐 차귀도는 라파누이를 꼭 닮았다. 초록의 풀 섬에 너울거리는 그 완벽한 섬의 평화가.

제주도=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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