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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에 가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0. 8. 22:58

 

14일 열리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지를 미리 가보다 영암의 멋과 맛

  • 입력 : 2011.10.06 09:09

짱뚱어탕·갈낙탕은 기본 '할머니 선짓국'도 맛볼까

전남 영암(靈巖)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F1 코리아그랑프리가 열릴 영암군의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이 들어섰지만 영암은 빨리 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을 들른 사람들에게 잠깐 쉬고 가라고, 옛시간을 되돌아 보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영암의 시간은 거꾸로 흐를 뿐만 아니라 천천히 흐르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영암 한가운데 위치한 구림 마을은 과거의 모든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려는 곳이다. 2200년 전의 마한 옹관묘가 발견된 이곳은 지금 한옥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돌담이나 한옥이나 최근에 지어진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마을은 '옛것'의 온기를 품고 있다. 마을 곳곳을 굽이굽이 둘러싼 돌담은 가슴 높이 정도고, 누구나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싸리문을 달아놓은 집도 있다. 영암군청에서 나온 문화해설사 김이호씨는 "다른 마을은 대부분 자자일촌(子子一村·집성촌)이지만, 구림마을은 예로부터 인심이 좋아서 김씨나 박씨나 현씨, 모두 잘 어울려 살았다"고 했다.

구림 마을을 떠나 왕인박사 유적지로 향했다. 길은 갈대밭이나 논 사이에 가로질러 났다. 잘 닦아놓은 길은 아니지만, 왕벚나무가 양쪽에 주욱 늘어서 있어 고즈넉하니 드라이브 코스로나 산책로로나 모두 적당했다. 왕인박사 유적지에서 월출산의 도갑사로 가는 길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알고 보니 영암에서는 이런 길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왕인박사 유적지나 그 입구 옆의 박물관에는 굳이 시간을 내서 들를 필요까진 없을 듯싶다. 백제 시대에 살았던 왕인박사가 살았던 흔적이 남아있을 리가 없으니 볼 게 별로 없는 게 당연하다. 김이호씨는 "왕인박사가 영암 출신이란 근거가 삼국사기와 같은 옛 문헌에 나와있는 것은 아니다"며 "영암에 있는 상대포구에서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왕인박사 유적지에서 건진 게 있다면 전망대.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사방이 탁 트인 이곳에서 영암을 내려다보면 모든 짐을 내려놔도 될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영암의 전경은 크고 웅장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논·밭과 산, 그리고 자그마한 학교를 주욱 둘러보면 이곳의 소박한 정취를 쉽게 느낄 수 있다.

1 덕진 차밭에서 바라본 월출산. 2 '독천식당’수조에서 건져낸 산 세발낙지. 3 세 발낙지를 넣고 끓인 갈낙탕 4‘영암선지국’식당의 선지국. 5 구름 위를 걷는 듯 한 월출산 구름다리. 6 월출산 도갑사로 가는 길.

미리 가보는 영암

영암 곳곳에서 기(氣)자가 눈에 띄었다. 영암의 대표적인 물놀이공원은 '기찬랜드'였고, 기찬랜드 옆으로 난 산책로는 '기찬묏길'이다. 영암군청에서는 "영암은 '기의 고장'"이라며 "월출산이 백두대간 중 가장 기가 강한 산이고, 도선국사나 왕인박사와 같은 걸출한 인물들이 월출산의 기를 받아 태어났다"고 했다.

'기가 강한 산' 월출산(月出山)을 직접 보기로 했다. 오전 6시에 덕진 차밭에 나갔다. 3만5000평 넓이로 차밭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월출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월출산을 구경하거나 그 전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한시간쯤 기다리니 구름 사이로 햇빛 한줄기가 나와 월출산을 비췄다.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월출산의 봉우리들은 빛을 받아 하얗게 보였다. 가까이서 보면 크리스털처럼 반짝일 것 같기도 하다. 그제서야 영암이란 지명을 이해했다. 영암, '영험한 돌'이란 지명은 바로 월출산의 봉우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월출산을 한참 쳐다보고 난 뒤에야 안개에 싸인 차밭에 눈길이 갔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찻잎이 너무 깨끗해 보여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순수재래종 차만 27년 동안 재배해온 전통있는 차밭이란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한국 제다(062-222-2902, hankooktea.co.kr)에서 관리하는데, 한국제다나 차밭 아래쪽의 덕진차밭 공장(061-471-7560)에 미리 연락하면 차 맛을 볼 수 있다. 덕진차밭은 보성의 차밭처럼 찐차인 증제차가 대부분이다.

①부드럽고도 시원한‘중원회 관’의 짱뚱어탕. ②'돌쇠정연잎떡갈비정식’의 떡갈비정식. ③한옥마을인 구림마을. ④'매력한우’의 살치살구이./ 이경호 영상미디어기자 ho@chosun.com

영암의 먹거리

영암에 가서 '영암 F1 그랑프리'만 보고 오면 바보 소리를 듣지 않을까. 1980년대 간척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영암은 항구를 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바다에서 나는 재료와 뭍에서 나는 재료의 맛을 잘 버무려낸 음식이 많다. 영암사람들에게 추천받은 맛집 6곳을 소개한다.

독천식당: 갈낙탕

영암은 원래 낙지로 이름이 난 곳이다. 간척사업으로 바다의 흔적을 찾기 힘들지만 이곳에서 먹는 세발낙지는 여전히 다른 곳의 그것보다 쫄깃하고 저렴한 편이다. 독천시장에 가면 낙지집이 십여 군데가 넘는데, 맛에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한 곳을 꼽으라면 현지인들은 단연 독천식당이란다.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갈비탕에 세발낙지를 통째로 넣은 '갈낙탕'을 권한다. 갈낙탕은 간을 많이 하지 않는 음식이라 원재료가 좋아야 한다. 독천의 '독(犢)'자가 '송아지 독'일 정도로 소가 많고 육질도 좋은 곳이니 이곳 갈낙탕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 갈비는 기름져서 부드럽고 세발낙지도 몇 번 씹지 않고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연하다. 갈낙탕 1만7000원, 산낙지 시가. (061)472-4222

중원회관: 짱뚱어탕

남도 갯벌에서 파닥파닥 뛰어오른다는 짱뚱어로 만든 짱뚱어탕은 이름난 보양식이다. 대표적인 짱뚱어탕집인 중원식당과 대불식당이 영암군청 바로 앞에 있다. 군청 직원들에 따르면 중원식당이 부드러운 맛이라면, 대불식당은 칼칼한 맛이다. 취향에 따라 중원식당에 들어갔다. 짱뚱어를 통째로 넣지 않고 추어탕처럼 짱뚱어를 갈아서 시래기, 제철 나물들과 함께 끓여낸다. 짱뚱어의 육질을 느낄 수 없다고 섭섭해하지 말자. 진하고도 부드럽지만 느끼하지 않은 맛으로 헛헛한 속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곳을 좋아해서 해외 순방 때도 밑반찬을 따로 챙겨 보내준 집이라고 했다. 짱뚱어탕 8000원. (061)473-6700

영암선지국

길 가는 영암사람 붙잡고 "짱뚱어탕과 갈낙탕 말고, 다른 영암의 맛집을 알려달라"고 하니 '할머니 핏국'이 빠지지 않고 나왔다. 막상 영암시장통에선 할머니 핏국집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원래 이름은 '영암선지국'이고, 선짓국을 끓여내는 할머니가 있는 가게였다. 선지 색깔은 팥 비슷한 자주색을 띠고 깨물면 선지가 튕길 정도로 탱글탱글하다. 막창도 약간 섞여 있다. 국물은 구수한 편인데 맵거나 짜진 않다. 기호에 따라 곁들여 나온 부추무침을 넣어 간을 하면 된다. 선짓국 6000원. (061)473-2642

남원식육점

독천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정육점 식당이다. 돼지불고기와 소불고기를 석쇠에 끼워 숯불에 구워 나온다. 불고기이지만 양념이 강하지 않고, 돼지불고기에도 고춧가루를 많이 쓰지 않았다. 대신 숯불향이 고기 전체를 감싸 그 자체로 간이 된 듯하다. 돼지불고기 1인분 1만1000원, 소불고기 1인분 2만원. (061)472-4047
돌쇠정연잎떡갈비정식

F1경기장과 가까이 있는 식당이다.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도 큰 연잎에 떡갈비가 싸여 나온다. 떡갈비를 연잎에 싸서 10분 찐 다음 구워냈다고 한다. 연잎 덕분에 고기 특유의 잡냄새가 없다. 고기는 연한 편이다. 떡갈비는 단맛이 나고 기름기가 많다. 떡갈비 정식 1만7000원, 갈비탕 1만2000원. (061)464-3337

매력한우

물놀이공원인 기찬랜드 안에 있는 한우직판장으로 1인당 3000원을 내면 이곳에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다. 영암의 한우는 대부분 기름진 편인데 이곳 고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서 살치살 250g(3만원)을 구워 먹었는데 양이 모자라지 않았다. 안심 385g 2만5000원, 꽃등심 300g 2만7000원. (061)473-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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