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
만약이 아니라 정말로 주머니 속에는 천 원 지폐 한 장 뿐이었다. 푸르렀으나 가볍고 불온했던 청춘의 얄팍한 가슴처럼 구겨진 천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타야할 버스는 몇 마장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데, 버스 삯이 천 원인데, 세월은 일방통행 편도일 뿐인데. 마지막 남은 몇 장의 낙엽이 로또처럼 떨어져 내렸다. 실망은 잠깐이고 설레임은 오래 가는가, 꽃 보다, 열매보다 낙엽은 아름답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저 손, 제 몸 마를 때까지 열심히 한 그루 나무를 위해 헌신했던 버림받음. 청춘은 갔으나 내 가슴에는 천 원 지폐 같은 로또의 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점의 추억 (0) | 2009.12.22 |
---|---|
우체통은 멀리 있다 (0) | 2009.12.16 |
이상한 편지 (0) | 2009.12.08 |
몸살 (0) | 2009.12.06 |
가운데 토막 (0) | 2009.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