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기 運動 後 記
- *노동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Arbeit Macht Frei
몸에서 화약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해 시월 때문이다
놀이와 노동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늘 힘이 모자랐다
낙하하는 포탄의 작열과
가지에서 떨어지는 벚꽃의 아우성이
피와 살의 힘
나는 빗나간 화약으로 태어났던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들이 진 만큼
또 수 없이 많은 꽃들이 피어났던 까닭에
우리는 놀이와 노동의 근친을 잊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홍조 그 부끄러움은
무거운 짐을 나르는 한 사내의 불끈거리는
팔뚝의 힘줄을 볼 때 더하다
앞으로 밀고, 잡아 당기고, 위로 올리고
걷고 뛰면서
나는 한 사내를 이기고 싶다
누가 노동이 자유롭게 한다고 했는가
짐승의 시간이 초식의 슬픔을 잘게 부술 때
땀은 화약냄새를 짙게 풍긴다.
지금 내가 들어 올리는 것은
0 그램의 허무
깊은 날숨이다.
*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 정문에 아치로 걸려 있는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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