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
나호열
일년에 한 번쯤 한 사람이
드나들기 위하여
저렇게 커다란 정문을
한가운데 만들어놓고
열두 명의 수위가 밤낮으로 지킨다
<정문 사용 금지>
보통사람은 절대로
드나들 수 없는
저 으리으리한 정문을 보아라
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크게 열려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닫혀 있다
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닫기 위해서 있는
드나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로막기 위해서 있는
저것은 우리에게
문이 아니라
벽이다
우리를 가로막는
저 벽을
허물어뜨리자
아무도 밟지 못하게 하는
저 대리석 계단을
없애버리자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저 화강암 기둥을
뽑아버리자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저 육중한 쇠문을
부숴버리자
그리하여 없애버리자
우리가 사용할 수 없는
저 큰 문을
없애버리고 차라리
거기에다 벽을
만들자
그리고 그 벽에다
새로 문을
만들자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그런 문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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