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편지
시 : 나호열
그림 : 김성로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날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손금 속으로 사라지는 짧은 그림자 말이지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솟아올라 고이는 샘물처럼 풍경도 슬픔을 제 안에 채워두어야겠지요 바람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 나호열 시인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 겸 월간 예술세계 편집주간, 시와 산문 편집위원.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시와산문 문학회 회원 . 박태진문학회 회원. 한국녹색시인협회 회원. 세계시인회의 한국본부 회원
출처 : 김성로(KIM SUNG RO)
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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