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때 만난 도산 안창호…104세 김형석, 그때 인생 바뀌었다
입력 2023.10.2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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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종교전문기자
독립운동가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다 1938년에 옥사했다. 85년 전이다. 그러니 도산 선생을 직접 만났던 이들 중에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104세 철학자’ 김형석(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김 교수의 어릴 적 꿈은 기독교 목사나 신학자였다. 그런데 17세 때 도산 선생의 설교를 눈앞에서 듣고서 삶의 방향을 틀었다. 그는 철학을 중심으로 신학과 역사학, 문학과 예술까지 아우르는 ‘인문학자’가 되고자 했다. 무엇이었을까. 기독교인인 도산의 어떤 면모가 어린 김형석에게 삶의 방향을 바꾸는 나침반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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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설교를 직접 듣고서 자신의 꿈을 바꾸었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의 원천교회에서 김형석 교수를 만났다. 100세가 넘는 연세에도 두 시간 동안 중단없이 계속된 인터뷰를 그는 거뜬하게 소화했다.
학교를 그만둔 김형석은 답답하고 힘들었다. “대신 평양부립(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매일 아침 9시에 가서 오후 5시까지 읽었다. 한국 문학도 읽고, 외국 소설도 읽고, 철학서도 읽었다. 그때 읽었던 책들이 내 인생의 큰 거름이 됐다.” 크리스천으로서 신사참배가 죄(우상숭배)일까 아닐까를 고민하던 김형석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그건 하나님이 결정하실 문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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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다가 결국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8년에 옥사했다. 중앙포토
다시 복학했지만 일본 총독부는 숭실중학교를 폐교해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평양제3중학교를 세웠다. 한국인 선생 다 내쫓고 일본인 선생이 일본말로 가르치는 식민지 교육 학교였다. “학교에서 한국말을 쓰다가 걸리면 1주일 정학, 다시 걸리면 한 달 정학, 마지막 세 번째로 걸리면 퇴학이었다.”
김형석은 신사참배 거부로 학교를 중단한 이력 때문에 교무실에 불려가 일본인 담임에게 뺨이 시퍼렇게 되도록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울하고 답답한 시절에 도산 선생이 그가 다니던 평양 송산리** 교회에 와서 설교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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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는 "도산 선생은 아주 큰 산이었다. 교회에서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을 때는 야트막한 산만 봤는데, 도산 선생의 설교를 들을 때는 큰 산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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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는 "도산 선생은 우리 각자의 인격이 일본 사람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일본보다 더 앞서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김형석 교수는 “일제 시대에는 그렇게 애국을 했다. 해방 후에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한국이 성장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가. 우리가 모든 면에서 일본보다 더 앞서고, 더 발전하고, 더 높아지면 된다. 그게 도산 안창호 선생이 평생 그리던 꿈이다”라고 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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