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사는 곳 그대 사는 곳 그대 사는 높은 곳 구름을 본다 티베트의 산정 사원에 마릴린 몬로의 웃음 들리는 듯 아이스크림이 녹는다 폐허라도 저렇게 무너질 수 있다면 터무니없는 탑을 쌓고 또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하염없이 하늘을 터벅터벅 걸어서 올라간다 그대는 천국에 산다 새 우짖는 소리 가득한데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4.27
사월의 일기 사월의 일기 말문을 그만 닫으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고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며칠을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동안 나무속에도 한 영혼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 꽃을 피우고 심지어 제 머리 위에 둥지 하나 새..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4.25
황사 지난 후 황사 지난 후 눈길이 머무르는 곳 멀다 손길이 가 닿는 곳 이제는 멀다 아침이면 알게 되리라 밤새 창문에 머리 부딪치며 외우고 또 외웠던 경전의 마디 다 부질없었음을 부질없었으나 그것이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에서 온 것임을 그 가볍고 가벼운 것이 우리의 눈을 감게 만들고 다시 한 번 세월의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4.24
법고 치는 사내 법고 치는 사내 저녁 이었다 배롱나무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지만 어느 새 기지개를 펴고 주먹을 내지를 것이다 가지를 단단히 움켜 쥔 새가 호르륵 호르륵 앞 산 뒷산을 넘고 넘기는 기억의 씨는 더 깊게 무덤으로 파고들 것이다. 그가 구비치며 걸어 올라왔을 길이 이제는 혼자 휘적이며 내려가는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3.25
바람소리 바람소리 전화기 속으로 수많은 말들을 쏟아 넣었는데 먼 곳에서 너는 바람소리만을 들었다고 한다 돌개바람처럼 말들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빙하의 목구멍을 지나는 동안 한 계절이 속절없이 지나고 텅 빈 머리 속에서 꽃이 졌던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처음부터 그 말들은 문법이 맞지 않고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3.18
사랑의 힘 사랑의 힘 나호열 아침 출근길, 본관 앞 목련이 드디어 꽃봉오리를 열었습니다. 4월인데도 유난히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잔뜩 웅크린 나무들이 안쓰러웠는데 아! 하고 짧은 감탄사가 하나로 세상을 환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무엇에 그렇게 홀연해졌을까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넋을 놓아버렸을까요? 한..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6.03.17
바람은 손이 없다 바람은 손이 없다 처음부터 바람이었겠는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줄 알았겠는가 처음부터 눈이 없었고 처음부터 손이 없었다 몸으로 부딪치고 몸으로 부서졌다 그의 사랑은 처음부터 그랬다 종말은 평화로웠다 없는 그의 손이 꽃을 피우고 없는 그의 눈이 잎을 지게 만들었을 뿐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3.17
내일이면 닿으리라 내일이면 닿으리라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에서 바라보아야만 얼굴이 보이는 꽃인지 알아 나그네는 또 걷고 걷는다 아침이..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3.15
내 자식을 훈계할 자격 내 자식을 훈계할 자격 나호열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늘 착하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그들은 여느 부모들처럼 웅변학원,미술학원이니 하는 곳으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았고 늘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했다. 공부가 싫은 아이들을 억지로 책상 앞..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3.15
기침소리 기침소리 떠나고 싶을 때 그러나 떠나지 못할 때 마음의 깃발은 저 홀로 펄럭인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바람이 지나간 것이지 오래된 세월의 지도는 갈피마다 안개를 피어올리고 터벅거리는 발자국 뒷산으로 넘어간다 덮었다가 다시 펼쳐드는 지도 속의 길들은 비스듬히 기울어 몇 번인가 자..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