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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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트리,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생기 주는 반려식물로

해피트리,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생기 주는 반려식물로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7.23. 00:00업데이트 2024.07.23. 09:12   ‘마음에 없는 소리’는 김지연 첫 소설집의 표제작입니다. 작가 고향인 거제로 보이는 해안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할머니가 운영하다 휴업한 작은 식당을 이어받아 소고기뭇국과 멸추김밥을 메뉴로 개업하는 35세 여성 이야기입니다.◇”해피트리 잘 가꾸어야 식당도 안 망할 것”고향 또래들은 어느덧 번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데 화자는 ‘아무 것도 안 하지는 않았는데 딱히 무얼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청년 사업의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 나이 만 35세지만 생일이 보름 정도 지나 지원금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

[188] 모릉구용(摸稜苟容)

[정민의 세설신어] [188] 모릉구용(摸稜苟容)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2.11. 23:30    "사람을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형상을 살피지 않고, 그림자만 살피면 된다. 겉모습에 힘을 쏟는 것이 형상이고, 참된 정에서 드러난 것이 그림자다. 능히 만종(萬鍾)의 녹을 사양하다가도 콩국 앞에 낯빛을 잃는다. 입으로는 백이(伯夷)를 말하지만 마음속에는 도척(盜跖)이 들어앉았다. 공손히 꿇어 충성을 바치면서도 속으로는 속임수를 쓴다. 겉보기엔 어진 이를 좋아하는 듯하나 속에는 독사를 품었다. 이 밖에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넘어가려는 술책, 뜻에 영합해서 총애를 취하려는 자취, 겉으로 칭찬하고 속으로는 배척하는 형상, 간악하고 교묘하게 은혜와 원한을 되갚는 것 등등, 일상의 ..

소극장 학전 이끈 '아침이슬' 가수 김민기 별세

소극장 학전 이끈 '아침이슬' 가수 김민기 별세윤수정 기자이태훈 기자입력 2024.07.22. 10:02업데이트 2024.07.22. 14:26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씨./연합뉴스 ‘아침이슬’ ‘친구’ 등을 부른 작곡가·가수였으며 대학로 소극장 문화의 상징과 같은 학전 소극장을 세워 33년간 운영했던 김민기(73)씨가 오래 앓아온 위암으로 21일 별세했다.김민기가 지난 33년간 운영해 온 학전 관계자들은 22일 “김민기씨가 21일 오후 8시 2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김민기는 지난해 가을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의 지인들에 따르면 최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 집에서 통원하며 항암 치료를 받..

자서

자서 울타리가 없는 집이라고 오랜 친구가 나를 일러 그리 불렀다. 무리(無籬)라 읽어야 마땅한데 그는 나를 늘 무이라 불렀다. 그 때마다 나는 무리(無理)와 무이(無二) 사이에서 할 말을 잃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서 어느덧 고희가 되어 가는데 마땅히 이룬 것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지만 친구의 말 대로 울타리가 없는 자유를 잊은 적은 없다.내게 시는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안타까움의 고백이었을 뿐이지만, 이 말은 나름대로 생(生)을 통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저 너머가 늘 궁금한 것이다.

안부 (2021.12) 2024.07.19

고속 성장 달음질 속 그림자를 잃어버린 한국

고속 성장 달음질 속 그림자를 잃어버린 한국중앙일보입력 2024.07.16 00:26업데이트 2024.07.16 18:29입체적 성장을 위하여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인생은 일종의 거래처럼 보인다. 사회에 나아가 자기가 가진 재화를 거래하고, 그 거래 과정에서 끊임없는 손익 계산이 이루어지고, 그 거래에서 이익을 본 사람은 마침내 자신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향상하는 데 성공한다. 프랑스 출신의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주인공 슐레밀은 바로 그런 거래에서 ‘대박’을 친 사람이다. 자신의 그림자를 건네주고 금은보화를 마음껏 꺼낼 수 있는 주머니를 얻는 데 성공했으니까.그림자마저 팔아가며 해낸 성장이젠 전 지구적으로 한계 부닥쳐빛과 어둠 함께해야..

김영민 칼럼 2024.07.19

김건일 시집 『밭 만들기』(2019): 농본주의자 農本主義者의 귀거래사 歸去來辭

농본주의자 農本主義者의 귀거래사 歸去來辭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1.  김건일 시인은 2020년 9월 작고하기 전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첫 시집『풀꽃의 연가(1984)』를 시작으로『뜸북새는 울지도 않았다』(1987),『꿈의 대리 경작자』(2006),『 꽃의 곁에서』(2006) 와 생전 마지막 시집『밭 만들기』(2019)를 상재한 바 있다. 월간『시문학』1973년 11월호에 이원섭, 조병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시력詩歷을 비춰볼 때 다섯 권의 시집은 과작寡作이라고 보여진다.   오랜 기간 동안 ‘광화문 사랑방 시낭송회’를 이끌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한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그의 과작이 문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아온 것에 연유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시인의 과작이 시적 감성의 ..

낭만시인 첫걸음 3강

낭만시인 첫걸음 3강 ■ 어머니를 비유하기흰 수건 권영옥 채전은 나비에게 경계 너머에만 있습니다나비가 울타리를 넘어와 파밭을 돌더니어제처럼 손을 비빕니다나비 손이 파꽃 위에 봉긋이 모아질 때장맛비가 날아와 파꽃을 텁니다 생전처럼 마음 급한 나비는둔덕을 돋우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습니다눈을 떴다 감았다잠깐의 쪽잠도 힘듭니다 왜 손바닥만 비빌까나비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안구에 흰구름이 끼고, 자면서도 웅얼웅얼 파꽃이 비에 엎어질까파 씨가 뿌리내리지 못할까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렸습니다 어미의 파뿌리를 딛고 선 나도 파꽃 여자 입니다.  -시집 『모르는 영역』 (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권영옥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로 작품 활동 시작시집 『청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