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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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품은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힘 실리나

이건희 컬렉션 품은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힘 실리나중앙선데이입력 2024.07.27 00:01근대 미술을 위한 별도 미술관이건희 컬렉션을 소장할 ‘이건희 기증관’이 지어질 서울 송현동 부지.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곳에 ‘국립근대미술관’설립을 원하고 있다. [연합뉴스]유물과 근현대미술이 섞여 있는 ‘이건희 기증관’을 세우는 대신 ‘이건희 컬렉션’의 근대미술 작품을 주축으로 ‘이건희 기증실’을 품은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자는 주장은 실현될 수 있을까?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립 20C(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모임’의 세미나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근대미술관의 필요성은 분명히 알고 있다”고 인사말을 했다. 2021년에 미술계 인사들이 이 모임을 만든 이후 몇 차례 열린 세미..

서용례 시집 『하늘도 가끔은 구름밥을 먹는다』: 풍경風景을 경전 經典으로 읽는 시

풍경風景을 경전 經典으로 읽는 시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들어가며   서용례 시인은 자연주의자이다. 이 말은 무조건적으로 인공人工을 반대편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공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숨결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생각하는 존재(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ce)서부터 출발한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호모 루덴스 homo ludens)를 넘어서서 도구, 이를테면 AI 와 같은 기능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그를 통해 놀이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 (호모 파덴스 homo padens)로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고유한 자연의 숨결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잊지 않고 있으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의 고양을 꿈꾸고 있다..

사람살이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베풀어지는 마을 중심의 나무

[나무편지] 사람살이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베풀어지는 마을 중심의 나무  ★ 1,242번째 《나무편지》 ★   우리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우리 곁에 소나무가 많이 자라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소나무만큼 좋아하는 나무도 없기도 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나무 못지않게 우리 민족, 특히 농경문화 시절에 민중의 문화를 지배한 나무가 있습니다. 나무 종류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뭉뚱그리자면 ‘당산나무’입니다. 소나무가 우리 문화의 상징으로 지배적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리 문화 가운데에 ‘선비문화’에 경도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비가 아닌 평범한 우리 민중의 문화를 상징하는 나무는 ‘당산나무’라 해야 할 겁니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당산나무로 삼는 종류가 다양해서 당산나무라고..

역사 속 저무는 태백·삼척·정선 ‘120년 탄광’… 예술로 꽃피다

수직갱도·까치발 건물… 폐광서 태어난 ‘레트로’[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7-25 09:10업데이트 2024-07-25 10:18강원랜드가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자리에 조성하고 있는 탄광문화공원. 거대한 수직갱 철탑과 광업소 사무동 건물을 비롯해 탄광 시대의 유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건물 앞의 버스는 사북광업소 광부들의 통근 차량이었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역사 속 저무는 태백·삼척·정선 ‘120년 탄광’… 예술로 꽃피다장성광업소 최근 폐광… 내년엔 도계광업소도 문닫아‘광부 저항 상징’ 사북광업소, 강원랜드가 문화공간 개발중통근버스·장비·서류 ‘녹슨 유물’ 고스란히… 가슴 뭉클정암광업소 ‘삼탄아트마인’ 변신… ‘레일 바이 뮤지엄’ 명소‘철암탄광역사촌’도 가볼만… 30 ~ 40년전 ..

조의금도, 연명의료도 거부…'아침이슬'처럼 덤덤히 떠난 김민기

조의금도, 연명의료도 거부…'아침이슬'처럼 덤덤히 떠난 김민기중앙일보입력 2024.07.24 00:28업데이트 2024.07.24 06:20김민기 전 학전 대표가 생전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한 후 억지로 연명하지 않고 순리대로 떠났다. 중앙포토21일 세상을 떠난 김민기 전 학전 대표는 '뒷것'처럼 무덤덤하게 삶을 마무리했다. 조의금이나 조화를 받지 않았고 연명의료를 멀리했다. 김민기의 조카이자 학전 총무팀장 김성민씨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조의금을 받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팀장은 "학전이 폐관하면서 많은 분이 알게 모르게 저희 선생님 응원하시느라고 십시일반 도와주셨다. 충분히 가시는 노잣돈 마련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 선생님이 늘 얘기하시던 따뜻한 밥 한..

밤이 낮 같은 세상

밤이 낮 같은 세상중앙일보입력 2024.07.25 00:24업데이트 2024.07.25 01:32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일생동안 조선이라는 나라를 요순시대의 세상이 되도록 국가를 개혁하고 변화시키려는 꿈을 안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17세 때 아버지의 임소였던 전라도 화순에 가서 살았다. 중형 정약전과 함께 화순 인근의 동림사에서 공부할 때부터 두 형제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요순시대를 만들자는 토론을 했노라고 기록을 남겼다. 소년 시절부터 둘은 나라를 만드는 꿈을 안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주례’를 모범으로 한 ‘경세유표’다산의 저서 500여 권은 따지고 보면 모두 좋은 나라 만들기를 위한 그의 정책을 논한 책이지만, 그중에서도 집중적으로 법과 제도를 개혁하여 요순시대를 구현하자는 책은 바로 ..

[55] 그래, 배를 저어야지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55] 그래, 배를 저어야지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입력 2023.03.24. 03:00   복수극, ‘더 글로리’가 인기다. 학창시절 처참하게 짓밟힌 주인공이 복수에 자신을 헌신해서 영광과 명예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그렸다. 삶은 때로 잔인할 정도로 폭력적이어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좌절을 준다. 의지나 노력과 무관하게 누구라도 불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에게는 그런 불행이 닥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위기는 공포를 유발한다. 사람을 잡는 것도 살리는 것도 위기 자체가 아니라 공포를 느끼는 마음이다. 극단적인 공포심은 사람을 바꾼다. 정윤순 작가는 몇 해 전 큰 사고로 반 년간..

지렁이

지렁이 천형은 아니었다머리 함부로 내밀지 마라지조 없이 꼬리 흔들지 마라내가 내게 내린 약속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뿔 달린 머리도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의 채찍 같은 꼬리도바늘구멍 같은 몸속으로 아프게 밀어 넣었을 뿐지상을 오가는 더러운 발자국에밟혀도 꿈틀거리지 않으려고 지하생활자가 된 것은 아니다주변인이라고 불러도 좋겠다외톨이라고 불러도 좋겠다햇볕을 좇아 하늘을 향해 뻗어 가는 향일성의 빈 손 보다악착같이 흙을 물고 늘어지는 뿌리의 사유 옆에서거추장스러운 몇 겹의 옷을 부끄러워했을 뿐 제자리를 맴도는 세상에서빠르거나 느리거나 오십 보 백 보허물을 벗을 일도탈을 뒤집어쓰다 황급히 벗다 얼굴을 잃어버리는 일도 내게는 없으나온몸을 밀어 내며 나는 달려가고 있다이 밝은 세상에서 어두운 세상으로온몸을 꿈틀거리며 ..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4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4강 ■ 상식을 뒤집어 보기 모르는 사람        김나영 그가 뒤통수를 내어준다나도 내 뒤통수를 깃털처럼 내어준다 뒷사람에게우리는 뒤통수를 얼굴로 사용하는 사이무덤덤하게 본척만척 서정과 서사가 끼어들지 않아서 깔끔하지서로 표정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평생을 함께하지 반복해서 노력하지 않아도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권리를 위하여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서로 헐렁헐렁한 고무줄 바지가 되지어떤 좌석에 앉아서 굵고 짧은 잠에 빠져들 때입을 벌리고 자도 보자마자 잊히니까평화롭지 정면이나 측면이나 측백나무처럼한결같지 동일하게 지루해도 숨통이 트이지 내 뒤통수와 모르는 사람의 뒤통수가내 등뺘와 모르는 사람의 등뼈가내 엉덩이와 모르는 사람의 엉덩이가 물컹하게 겹친 적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