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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봄, 마곡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6. 2. 28. 15:12
봄, 마곡


나호열


이른 봄 마곡에 가서
마곡의 저녁을 만났다
아직 몽우리조차 움트지 못한 나무들과
칼을 입에 물고 있는 개울물
아직 몸을 곧게 펴지 못한 길을
보아서는 안되는 것인데
아, 만나서는 안되는 것이었는데
목을 매달아야
영혼을 던져야
맑은 솔바람을 내는 종이여
한 번 구비치고
두 번 휘돌아 돌고
끊어질 듯 이어지던
이른 봄 그 작은 신음들
왜 온몸에 소름처럼 돋는 것인지
마곡의 저녁은
왜 눈물 한 방울 만하게
세상을 비추는 것인지
아득하다, 그 봄



春麻谷秋甲寺라 하였다. 유구에서 새로 뚫린 고속도로 때문에
길을 놓치고 저녁 어스름이 되어서야 마곡에 다달았다. 나이는
연하이지만 늘 존경과 사랑을 보내는 고고학자 김희찬 교수와
불교 문화에 조예가 깊은 김용은 박사와 함께 四物을 보았다.
大鐘의 둔중한 울림이 절 아래 마을까지 따라오던 어느 해, 너무
일러 산수유도 왕벚꽃도 보지 못하였던 어느 봄. 그리고 저녁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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