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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트럼프는 어떤 논리로 애덤 스미스에 맞서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2. 7. 14:47

도널드 트럼프 vs 애덤 스미스

[WEEKLY BIZ] [Cover Story] 트럼프는 어떤 논리로 애덤 스미스에 맞서나

입력 2025.02.06. 18:05업데이트 2025.02.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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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 취임 후 12일 만인 1일 관세 인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 발표 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중국의 관세는 전격 인상했고, 다음 표적으로 유럽연합(EU)을 벌써 거론하는 등 전선(戰線)을 확장할 기세다.

트럼프가 개시한 무역 전쟁이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이후 경제학 이론의 공리(公理)처럼 여긴 ‘자유무역은 이롭다’는 기본 명제를 흔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이후 지속돼 온 경제학의 ‘판’이 250년 만에 흔들리는 셈이다. 다만 트럼프의 주장이 ‘완전한 헛소리’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현실이 ‘경제학 교과서’대로 움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WEEKLY BIZ는 트럼프의 발언을 중심으로 그의 관세 전쟁을 경제 이론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분석했다.

그래픽=백형선

 

◇①분업의 효율성: 트럼프는 “美서 만들라”

트럼프가 관세 인상을 압박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명확하다.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는 다른 나라 생산 제품을 높은 관세를 통해 막고, 관세의 영향을 피하고 싶은 기업은 미국에 들어와 물건을 만들라는 뜻이다. 미국으로 ‘공장’이 돌아오면, 미국 내 새로운 일자리도 많아진다고 트럼프는 주장한다. 트럼프는 “비어 있는 낡은 제철소와 공장들이 쓰러져간다. 우리는 강력한 관세를 통해 이 기업들을 보호하겠다”(지난해 10월, 시카고 경제클럽)라면서 이런 주장을 펼친다. 그의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한 미 중부 러스트벨트(제조업 쇠락 지대) 유권자들이 이런 트럼프의 말에 특히 뜨겁게 호응한다.

‘모두 우리 나라에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논리는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분업의 효율성’에 정면 배치된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밖에서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물건을 집에서 모두 만들어 쓰지 않는 것이 맞다.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분업 및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설명했다. 다른 나라가 어떤 물건을 A국보다 효율적으로 만든다면, A국은 A국이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물건을 수출하고 그 물건을 수입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대표작인 ‘국부론(國富論)’의 원제는 ‘더 웰스 오브 네이션스(The Wealth of Nations)’로, 직역하면 ‘나라들의 부(富)’다. 자유무역이 한 나라만 잘살게 만든다기보다,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래픽=백형선

 

◇②비교 우위: “加 만드는 건 우리도 잘해”

애덤 스미스의 논리에 따르면 A국이 자동차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B국이 사과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면 각각 자동차와 사과를 각각 충분히 생산해 교환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A국이 자동차·사과를 다른 나라보다 모두 효율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수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트럼프가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캐나다를 겨냥해 한 발언이 이런 생각을 담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그들(캐나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많은 자동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숲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목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석유나 가스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석유·가스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옳지 않다고 증명하는 이론이 자유무역에 적용되는 ‘비교 우위론’이다.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다 국부론을 읽고 경제학 연구에 뛰어들어 국제 무역의 이론 체계를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데이비드 리카도가 정립한 이론이다. ‘비교 우위’는 스미스의 ‘절대 우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으로 특정 국가가 상대국보다 ‘기회비용’이 덜 드는 활동에 집중해야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A국이 B국보다 자동차·사과를 모두 잘 만들더라도 자동차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효율성의 격차’가 사과를 생산하는 ‘효율성의 격차’보다 크다면 자동차를 만드는 데 집중해 이를 수출하고 사과는 수입해서 쓰는 편이 낫다고 리카도는 본다. 같은 자원으로 사과 대신 자동차를 더 생산해 수출한 후 그렇게 번 돈으로 사과를 수입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 정책 관련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그의 책 ‘공격받는 자유무역’에서 비교우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비교우위를 국가에 적용했을 때는 직관에 어긋나 보이지만, 개인들은 매일 비교우위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펠프스는 미국 팀에서 누구보다 수구도 잘하고 누구보다 빨리 수영할 수도 있다. (즉, 그는 두 가지 활동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현명하게도 그의 비교우위가 가장 큰(남들과 격차가 가장 큰) 활동인 수영을 특화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미국이 캐나다나 멕시코보다 모든 품목을 더 싸고 더 잘 만든다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북미 3국의 제조업은 이미 비교우위에 맞춰 하나로 통합된 상태”라며 “생산 단계별로 공급 사슬이 얽혀 있는 상황에 미국이 모든 걸 다 하겠다는 주장은 효율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③재정 적자: 트럼프 “관세 높여서 세수 감소 충당하겠다”

트럼프는 법인세 등을 내리겠다고 공약했는데, 이 때문에 부족한 세수를 관세를 올려 충당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울러 관세가 미국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메울 수단이라 했다. 지난달 취임사에서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 신설을 밝히며 “외국에서 막대한 자금이 재무부로 들어올 것”이라고도 했다. 일단, 관세는 수입하는 국가의 개인·법인이 내기 때문에 ‘외국에서 자금이 들어온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납세 주체와 무관하게 관세를 올려 세금이 더 들어오더라도, 트럼프가 주장하는 대로 법인세·소득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를 관세로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미국 재정에서 관세의 영향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미국 연방정부가 거둔 관세는 약 820억달러로, 연방 수입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트럼프가 낮춰주겠다고 공약한 법인세는 전체 연방 수입의 6.5%, 개인소득세는 45.3%를 차지했다. 미국 전국납세자연합(NTU)이 추산한 결과 2조달러가 넘는 개인소득세를 없애려면 미국은 전 세계 모든 교역국에 71%의 관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올려 재정 적자를 메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④트럼프를 위한 변명: 교과서와는 다른 현실

위에 열거한 여러 오류에도 트럼프의 주장이 미국인들에게 설득력을 갖는 것은 실제로 자유무역이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관세 전쟁’의 주요 표적인 중국과 맺은 통상 관계를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당초 미국은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일원이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은 2001년 이후에도 자국 기업에 각종 보조금 등을 지급하며 자국 시장을 보호해 왔다. 중국산 제품의 낮은 가격 또한 선진국에 있는 최저임금이나 근로자 인권 보호 등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미국은 본다. 중국이 ‘룰(규칙)’을 어기고 있어, 모든 무역 참여국이 룰을 지킨다고 전제한 ‘경제학 교과서’가 설명하는 자유무역 이론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극단적으로 특정 국가가 노예를 동원해 어떤 물건을 효율적(싸게)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자유무역의 경제학적 논리는 모두 무너지게 된다.

미국이 편법이라고 보는 많은 수단을 동원해,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던 10년 동안(2001~2011년)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100만개가 사라졌다고 미 매사추세츠공대 데이비드 아우터 교수는 분석했다. 이런 ‘차이나 쇼크’가 미 제조업을 무너뜨리며 켜켜이 쌓인 분노가 곪아 터져 결국 트럼프의 관세 장벽이란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 대표를 맡았고 지금까지 트럼프의 무역 정책 참모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지난해 하버드대 강연에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피해자들”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 변화는 미국의 영향력과 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생각은 중국이나 동아시아 국가가 보호무역을 기반으로 한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번 조치 역시 패권(覇權)을 노리는 중국을 겨냥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⑤미국이 정치적으로 풀 ‘숙제’

트럼프의 주장이 정치적으로 먹히는 이유는 또 있다. 자유무역이 한 국가에 벌어다주는 부가 국민 전체에 골고루 분배되는 데 시차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게 비교 우위의 기본 동력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못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잃는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제학적으로는 이득을 보는 분야로 노동력이 이동하거나, 국가가 득을 본 분야에서 걷은 세금을 손해를 본 이들에게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자유무역의 ‘열매’를 나누어 이런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100만개의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중국 때문에 없어졌다면 제조업 실직자들이 미국이 잘하는 서비스업·금융업으로 일터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고 돈도 들어간다. 이른바 ‘조정 비용’이다. 러스트벨트에 불어난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지금의 미국은 특히 이런 조정에 실패한 상황이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내 산업에 대한 조정은 한순간에 마법처럼 이뤄지지는 않으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어느 정도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움직이는 자유무역 세계의 부작용을 잘 해결하려면 국가의 ‘보이는 손’도 얼마만큼 필요하다는 뜻이다.

☞ 애덤 스미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1776년 펼쳐낸 ‘국부론’이 최초의 근대적인 경제학 저술로 꼽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국부를 증진시키려면 왕실이 일일이 경제를 통제해서는 안 되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