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203] 지유조심(只有操心)
이덕무가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말했다. "사람이 한번 세상에 나면 부귀빈천을 떠나 뜻 같지 않은 일이 열에 여덟아홉이다. 한번 움직이고 멈출 때마다 제지함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일어나, 조그만 몸뚱이 전후좌우에 얽히지 않음이 없다. 얽힌 것을 잘 운용하는 사람은 천 번 만 번 제지를 당해도 얽힌 것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얽힌 것에 끌려 다니지도 않는다. 때에 따라 굽히고 펴서 각각 꼭 알맞게 처리한다. 그리하면 얽힌 것에 다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내 화기(和氣)를 손상시키지도 않아 저절로 순경(順境) 속에서 노닐게 된다. 저 머리 깎고 산에 드는 자 중에도 괴롭게 그 제지함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를 뽑아 불경을 베끼고, 행각하며 쌀을 탁발함을 도리어 괴로워하며 못 견딘다. 온몸이 온통 얽매여 부딪치는 곳마다 모두 제지하는 것뿐이다. 이는 조급하고 어지러운 것이 빌미가 된 것일 따름이다. 마치 원숭이가 전갈 떼에게 쏘일 경우 전갈을 잘 처리해 피하거나 없앨 꾀를 낼 줄은 모르고, 괴로워하며 온통 긁기만 하는 것과 같다. 이리 긁고 저리 물어뜯으며 잠시도 참지를 못한다. 그럴수록 전갈은 더욱 독하게 쏘아댄다. 죽고 나서야 끝이 난다."
세상살이에 문제가 떠날 날이 없다. 정작 문제는 문제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정작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늘 문제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들고 일어나는 문제 속에 허우적대다가 몸과 마음을 상하고, 인생을 망치는 것을 수없이 본다.
원나라 때 학자 허형(許衡·1209~ 1281)이 말했다. "오만 가지 보양이 모두 다 거짓이니, 다만 마음 붙드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萬般補養皆虛僞, 只有操心是要規)." 그렇다! 온갖 보약과 귀한 보양식은 결코 내 삶을 든든히 붙들어 주는 지지대가 못 된다. 마음이 달아난 사람은 그날로 비천해진다. '지유조심(只有操心)!' 다만 네 마음을 붙들어라. 조심은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마음을 놓아버려 외물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리면 나는 그로부터 얼빠진 허깨비 인생이 된다. 문제에 질질 끌려 다니며 문제만 일으키는 문제아가 된다. 조심(操心)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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