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인성과 현대문화

직장에서 극혐 카톡 1위는... "업무 시간 끝났는데 말 거는 상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8. 16. 15:50

직장에서 극혐 카톡 1위는... "업무 시간 끝났는데 말 거는 상사"

입력 2024.08.15. 16:59업데이트 2024.08.15. 23:35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일러스트=김영석

화장품 제조 대기업에 다니는 10년 차 직장인 A(36)씨. 그는 올 초부터 ‘개미 3호’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업무용 메신저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도저히 대화가 끝나지 않는 한 임원을 직속 상사로 모시게 되자, 회사 동기들이 “개미지옥에 빠진 세 번째 동기가 됐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A씨는 “(이 임원은) 별 의미도 없는 말을 끊임 없이 늘어놓는데, 본인 딴엔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허물없는 대화’겠지만, 내 입장에선 실시간으로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래 사무실 안이든 밖이든 업무용 메신저 하나로 직장 동료들과 편리하게 소통하게 된 건 업무 효율성 차원에선 큰 진보다. 그러나 이것이 직장 생활의 또 하나의 족쇄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위계 있는 직장 내에선 메시지 하나 주고받는 데에도 필요한 예절이 생겨났고, 별것 아닌 메시지 하나에 상처받는 직원도 나온다.

직장인들은 메신저를 업무 대화에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순간에 가장 고민에 빠질까. WEEKLY BIZ가 지난 12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통해 20~50대 직장인 2084명에게 업무용 메신저 활용법을 물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4.1%)은 메신저를 통한 의사 소통에서 “불편함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김의균

◇”업무 시간 아닐 때 말 걸면 ‘극혐’”

업무용 메신저가 편리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65.0%는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국 문제는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지 메신저엔 죄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직장인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말 거는 시간’이었다. ‘가장 대답하기 싫은 상사의 메시지가 어떤 것이냐(복수 응답)’는 질문에 ‘업무 시간이 아닌 때에 걸어오는 대화(33.2%)’를 고른 이들이 세대 불문 가장 많았다. 앞서 소개한 A씨 사례처럼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의미 없는 대화(28.1%)’ ‘당연히 동의를 바라고 물어보는 질문(22.9%)’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대화(22.3%)’ 등이 싫어하는 메시지 유형의 뒤를 이었다.

20대에서 특이한 점은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대화’가 답하기 싫은 직장 상사 메시지 유형 2위(28.4%)를 차지한 것이다. 다른 연령대에선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의미 없는 대화’가 2위였지만 20대에서만큼은 ‘당연히 동의를 바라고 물어보는 질문’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인터넷 링크 공유’ 보다도 ‘더 싫은’ 유형으로 꼽혔다. 서울 여의도의 한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직장인 B(29)씨는 “솔직히 직장 상사 혼자서 떠드는 건 그냥 그러려니 장단만 맞춰주면 되는데 혼잣말을 나와의 톡방에서 한다거나, 뜬금없이 링크 하나만 ‘띡’ 보내는 건 나한테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C(28)씨는 “제일 싫은 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유형이다. 별로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도 않은데 동의를 원하는 질문을 뜬금없이 걸어오면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먼저 말 건 사람이 마무리하는 건 ‘국룰’

메신저로 업무용 대화 대부분을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레 암묵적인 에티켓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테면 한번 시작된 대화에서 끝맺음은 누가 하느냐 등에 관한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 ‘메시지의 마무리는 누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과반에 해당하는 50.8%가 ‘먼저 말을 붙인 사람’이라고 답했다. 하급자(20.4%), 먼저 메시지를 받은 사람(14.4%), 상급자(12.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급자라고 끝까지 대답할 필요 없이 먼저 말을 붙인 사람이 대화도 마무리해주는 게 이른바 ‘국룰(국민적 규칙)’로 자리 잡아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직장 후배들 입장에선 아무렇게나 메신저 대화를 끝마치기엔 눈치가 보인다. 이럴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이모티콘(36.7%)이다. 그냥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사람(32.8%)보다 이모티콘 마무리를 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카카오톡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집계한 하루 평균 이모티콘 사용 건수가 7000만건에 이르고, 누적 이모티콘 사용 건수가 2500억건에 달한다고 하니 이모티콘이 또 다른 대화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카카오톡이 지난해에 내놓은 엄지손가락이나 하트 등으로 공감을 표시하는 기능으로 ‘읽었음’을 표시하는 방법은, 이번 설문에서 29.9%로 3위를 차지했지만, 20대에서만은 1위였다.

◇직장 선배들은 “누가 반응 좀”

메신저를 통한 업무상 소통이 불편한 것은 하급자만의 일은 아니다. 상급자 또한 직장 후배들의 메신저상 태도가 불편할 때가 있다. ‘직장 후배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을 때’를 묻는 질문에서 선배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질문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때(39.6%)’를 첫손에 꼽았다. 특히 40·50대에서는 이 항목이 40% 이상의 응답률을 얻으며 압도적 1위였다. 20·30대가 ‘단답형이나 친구들과 쓸 법한 어투로 답을 할 때’를 1위로 꼽으며 후배의 ‘태도’를 중시했다면, 오히려 40·50대는 ‘소외감’이 가장 불편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제조업 계열사에 다니는 D(48)씨는 “사내 공지에 대해서 아무 반응이 없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OO가지고 있는 사람?’ 같은 질문엔 ‘저는 없습니다’라고 답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단체 대화방에 나만 투명인간인가 싶은 상황이 오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