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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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말의 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7. 4. 17:29

 

말의 눈

 

 

말을 보았다

진눈깨비 내리는 밤의 아스팔트길

미끄러운 비탈길을

추억을 만들어 가는 몇 사람을 싣고

어제 걷던 길을

오늘 다시 걷는다

아침에 걷던 길을

저녁에 다시 걷는다

차라리 말은 길을 끌고 간다

초원을 달려야 할 말들이

노역에 바치는 지푸라기의 하루

말의 눈은 검다

말의 눈은 크다

검고 큰,

기쁨에 바치는 노래보다

슬픔의 기슭에 닿는 고통처럼

터벅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가슴을 밟고 지나간다

파랗게 다시 돋아 오르는

새싹들

검고 큰

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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